요양원의 하루는 마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뮤지컬 같다. 거기에는 주인공이라 부를만한 존재는 없다. 대신 각자의 삶을 묵묵히 연기하는 어르신들이 무대 위를 채우고 있다. 그들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이 저마다의 연기를 펼치듯, 이곳의 어르신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다. 저 멀리 한 어르신이 워커를 살짝 들어 올리며 천천히 걷는다. 그는 워커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걷는 법을 고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뒤에는 다른 방에서 나온 어르신이 조용히 따라온다. 이 어르신은 워커를 밀면서 한 방에서 또 다른 방으로 문을 기웃거린다. 마치 무대의 한 장면에서 서로 연결되지 않는 두 배우가 우연히 교차하는 순간 같다. 한쪽에서는 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