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단상/단상 69

밤하늘의 별을 보라

밤하늘의 별을 보라 당신은 밤하늘에 떠있는 달이나 별을 언제 보았던가요? 시골의 밤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건만, 오늘날 도시의 밤하늘엔 별이 없다. 도시 사람들은 아예 별을 보려고 하지 않으니 말이다. 도대체 온통 세상이 돈독이 들어서 백억 대로 헤아리는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인간성은 마비되고, 사기와 배신과 비인간적인 행태가 횡행하며, 말초적인 향락주의, 황금만능주의에 함몰되어 마치 소돔과 고모라의 전설을 연상케 한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우주운행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느껴보고, 자연 속에서의 자기를 찾아보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사람으로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그런 속에서 낭만을 찾으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하기보다, 주지육림의 호화로운 향연에 빠지거나, 노래방이니 PC방이니 나이트 경기 운동장이니 ..

단상/단상 2021.08.02

아! 1948년의 쓰라린 추억

오늘은 1948년 대한미국의 건국의 기초를 만든 제헌 국회가 열리고 대한민국이 건국된 제헌절 기념일이다. 마침 1948년 제헌국회의원 선거( 5 10선거)와 관련된 추억의 일단을 적어보려한다. 아! 1948년의 쓰라린 추억 1945년 해방이 되어 국내는 어지러웠으나 우리 집에서는 1946년에 들어서 비교적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었었다. 1943년에 병으로 오사카에서 귀국하신 아버지의 건강이 매우 좋아지셔서 집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몸소 하시고 특히나 1947년 가을에는 한 겨울을 나기 위한 땔감(촐 베는 일)을 준비하는 일도 아버지가 앞장서서 긴 낫을 벼리고 일꾼을 빌어서 몸소 나가시곤 하셨다. 아버지가 힘든 일도 하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었다. 바야흐로 우리 집에 희망적인 미래가 ..

단상/단상 2021.07.17

수즉다욕(壽則多辱)이라 하는데

수즉다욕(壽則多辱)이라 하는데 서울대 체력과학연구소에서는 한국 장수인 조사를 벌여서 조사된 바, 100세 이상 장수자는 1296명이라고 발표했다. 신문에는 109세의 할머니와 105세의 할아버지의 사진이 크게 실려 있었다. 100세를 넘도록 장수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진심으로 장하시다는 말씀과 축하의 뜻을 보내고 싶다. 이들은 젊어서부터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꾸준히 일을 하며 원만한 가족관계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었다 한다. 참으로 하늘이 내려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장자》에 말하기를 인류 최초의 성천자라 일컬어지는 황제(黃帝)가 화(華)라는 나라에 여행을 하였는데, 그 나라의 관문을 지키는 봉인(封人)이 “장수하고, 부하며, 자식이 많음은 인간이 바라는 바이므로”(壽富多男子人之所欲..

단상/단상 2021.06.23

추억의 바릇 이야기

추억의 바릇 이야기 2십여 년 전 일이다. 어느 날 내자와 바람을 쐰다고 도두봉 밑 바닷가에 갔었다. 마침 썰물이 때가 맞아서 물이 많이 내렸었다. 내자가 물에 덤벼들더니 게를 잡기 시작하였다. 나도 그저 있을 수 없어 바다로 들어가 잔돌을 헤치며 게도 잡고, 게만이 아니라 썰물에 물이 빠져 가는 대로 바위에 기어 다니는 참보말을 주워 담는다. 뜻밖에 바릇으로 저녁상에는 참게장이며 참보말국이 돈을 많이 들여 사들인 반찬보다 더 융숭한 진미를 이루었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거나 보말(우렁이 종류)을 잡거나 해초를 캐는 일을 제주도에서는 바릇이라 한다. 바릇을 하려면 먼저 물때 곧 조수간만의 차를 잘 알아야 하는데 음력으로 초하루와 보름을 중심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크므로 바릇하기에 좋은 물때가 되는 것이다. ..

단상/단상 2021.06.11

늘그막에 소중해진 야생초

늘그막에 소중해진 야생초 이전에는 5월이면 신록의 계절이니 계절의 여왕이니 하였는데 계절이 걸음을 재촉하여 천자만홍(千紫萬紅)의 고비를 지나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가 되었구나. 문득 도대체 이 지구상에는 얼마나 많은 생물이 생식하기에 철따라 풍광을 달리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최근 미국 하와이대학의 카밀로 모라(Camilo Mora)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1년에 지구에는 대강 870만종 전후의 식물이나 동물이 생식하고 있다고 추정치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 약 90%는 아직 발견되거나 분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알려졌다는 생물의 10%만으로도 인간은 지구의 생물다양성에서 큰 은혜를 받고 있다. 지구는 식료에서부터 약물, 깨끗한 공기나 물, 산자수려(山紫水麗)한 풍광에 이르기까지..

단상/단상 2021.05.29

향기로운 체취

향기로운 체취 남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므로 어디까지가 참말인지 모르지만, 인간은 대개의 냄새에 익숙해진다고 한다. 꽤나 지독한 냄새라도 얼마 동안 맡고 있노라면 언젠가는 익숙해져버리는 모양이다. 실제로 냄새 그 자체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묽어지는 수도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도 있는 것 같다. 이것 또한 들은 이야기인데 정로환의 냄새 이것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들은 일이 있다. 이것은 어쩌면 익숙해지고 아니하고 하는 문제가 아니고 정로환 자체가 풍기는 냄새가 언제까지 시간이 지나도 묽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험해보려고 생각해 본 일은 없다. 누가 흥미를 가지고 있다면 꼭 시험해 보고 그 결과를 보고해주었으면 좋겠다. 민족에 따라 음식물에 독특..

단상/단상 2021.05.25

스승과 제자의 길

스승과 제자의 길 내일 5월 15일은 이다. 일찍이 우리는 이 날을 스승의 날이라고 정해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재확인하고 그 참 모습을 생각해 보는 날로 삼아 왔다. 스승과 제자라고 하면 중국의 속설에 “경사이득이나 인사 난득이니라.”(經師易得,人師難得)라는 말이 있다. 곧 “글(재주)를 가르치는 스승은 얻기 쉬우나 사람을 가르치는 스승은 얻기 어렵다”란 말이다. ‘경사’란 글이나 재주를 가르치는 선생을 말하고 ‘인사’란 인간의 도덕성을 함양하는 스승을 말한다. 이에 요즘은 “학생은 많으나 제자는 없고, 선생은 많으나 스승은 없다.”란 말이 생겨났다. 사실 초, 중, 고등학생은 누구나 한두 가지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이 없다고 한다. 이 학원이란 전형적인 경사로서 글이나 재주를 가르치는 것이 주목적이..

단상/단상 2021.05.14

책불환주

책불환주 아침에 잠을 깨고 보니 아랫목 선입자가 사라졌다. 아직 채 밝기도 전인데…. 나는 추위에 몸을 웅크린 채 이불 속에서 눈만 뜨고 간밤에 있었던 일을 더듬어 본다. 통금시간이 다 되어서 간신히 찾아든 여인숙이었다. 게다가 독방이 없어서 합숙하는 방을 얻어들었다. 이미 선입자는 아랫목에서 깊이 잠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지금부터 59년 전 일이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가 나서 군인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 행정마저 장악하고 있을 때이다. 마침 제주도지사로서 해군 제독이 부임하였는데 제주도 교육은 낙후되어있으므로 선진지 교육을 배워서 교육 현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현직 교사를 선발하여 선진지인 서울 학교에서 참관 및 교단실습을 하게 되었다. 나는 도내에서 뽑힌 5명 중의 한 사람으로 서..

단상/단상 2021.05.12

오징어 물 회 집

오징어 물 회 집 “우리 오징어 물 회 집 냅시다.” 때때로 집에서 먹는 오징어 물 회 국이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어서 하는 농담이다. 오징어 자체의 맛보다는 된장에 양념을 조화롭게 해서 만들어내는 데서 나오는 특이한 맛이 나의 입맛을 당기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살아 나아가는 데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먹고 영양을 취하는 것이야말로 일생을 두고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일 것이다. 우리 집에는 우리 내외와 아들 내외 그리고 손녀 둘 그래서 여섯 식구가 산다. 아침을 먹는 사람은 우리 내외뿐이고, 아들 내외는 인스턴트식품에 익은 세대라서 그런지 아침밥은 별로 먹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침을 먹는 식구를 지구인이라 하고 아침을 먹지 않는 식구를 외계인이라 부른다. 이를테면 “지..

단상/단상 202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