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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단상

스승과 제자의 길

간천(澗泉) naganchun 2021. 5. 14. 14:48

스승과 제자의 길

공자님과 자공

 

   내일 5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일찍이 우리는 이 날을 스승의 날이라고 정해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재확인하고 그 참 모습을 생각해 보는 날로 삼아 왔다.

스승과 제자라고 하면 중국의 속설에 경사이득이나 인사 난득이니라.”(經師易得,人師難得)라는 말이 있다. (재주)를 가르치는 스승은 얻기 쉬우나 사람을 가르치는 스승은 얻기 어렵다란 말이다.

경사란 글이나 재주를 가르치는 선생을 말하고 인사란 인간의 도덕성을 함양하는 스승을 말한다.

이에 요즘은 학생은 많으나 제자는 없고, 선생은 많으나 스승은 없다.”란 말이 생겨났다.

 

   사실 초, , 고등학생은 누구나 한두 가지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이 없다고 한다. 이 학원이란 전형적인 경사로서 글이나 재주를 가르치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런데 학교에 학생은 많지만 학생은 학원만 의지하려는 마음으로 학교 교육은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러니 학원에서 인간의 도덕성을 함양하는 교육을 기대할 수 없으며 학교에서는 도덕성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참 스승은 없고 참 제자도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에 공자(孔子)와 자공(子貢)의 이야기를 통하여 참스승의 길과 참 제자의 길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자공(子貢)은 위()나라 사람으로서 변설에 뛰어난 공문십철의 한 사람이며 이재에 뛰어나서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에도 오른 사람이다.

자공이 젊었을 때 노()나라를 여행하다가 공자님은 훌륭하여 그 문하에 많은 제자가 모여들어서 예악(禮樂)의 가르침을 받고 있으며, 언젠가는 그들이 천하에 그 가르침을 실현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때 제자들 중에는 자로(子路)도 있었고 안회(顔回)도 있었다. 자공은 그들이 진지한 태도로 공부하는 것을 보고 곧바로 입문하기로 하였다. 입문하자 그날부터 공자님은 자공을 제자의 한 사람으로 다른 제자들 속에 넣어 주었다.

자공은 공자의 문하에서 직접 스승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고 매일 얼굴을 대면할 수 있음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커다란 희열로 몸이 떨림을 느꼈다.

   문하생이 되어서 예악을 공부하는 가운데 아직 유학이 무엇인지를 잘 터득하지 못한 채로 자신으로서는 훌륭한 군자라고 생각하는 인간형을 제시하여 공자님에게 여쭈었다.

선생님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자이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이라 하겠습니까?”(학이15) 하고 여쭈었다. 그러자 공자님은 간결하게 훌륭하다 할 수 있지. 그러나 가난하여도 도리를 실천하기를 즐거워하고, 부자이지만 예를 좋아하는 자에게는 미치지 못한다.”(학이15) 이에 자공은 사람은 수양에 수양을 거듭하여야 더 훌륭하게 되는 것이로구나 하고 느끼고 시경을 읽었던 것을 생각하여 시경에 말하는 절차탁마(切磋琢磨)란 이것을 말하는 것이군요.”(학이15) 하고 확인을 바라는 말을 하자 공자님은 자공아 그야말로 너하고는 시를 논할 수가 있겠구나. 너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고 셋을 아는 능력을 가진 자이다.”(학이15) 하고 칭찬해주었다.

   한 번은 자공이 공자님에게 저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까?” 하고 여쭈었다. 이에 공자님은 너는 그릇이다.” 자공은 의아한 마음에서 무슨 그릇입니까?‘ 하고 되묻자 너는 제단의 중앙에 장식하는 중요한 그릇인 호련(蝴璉)이다.“(공야장 3) 하고 칭찬하였다. 공자님은 제정일치라는 입장에서 정치 질서는 대제를 모시는 질서에서 나타나는 것이고, 따라서 정치는 종묘의 제사에서 상징된다고 본 것이다. 그 정치의 중심에 있을 만한 인물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마침내 자공은 뛰어난 변설로 노나라의 외교관으로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자공은 젊어서부터 이재에 뛰어나서 돈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공자님처럼 훌륭하신 분이 어찌 벼슬을 하지 아니하고 계실까 하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공자님이 벼슬을 하실 뜻이 전혀 없으신 것인지를 알아보려고 비유의 말을 하였다.

여기에 귀한 보석이 있다면 선생님께서는 그것을 상자에 넣어서 소중히 간직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좋은 값을 받고 파시겠습니까?”하고 여쭈어 보았다. 그러자 공자님은 팔지. 나는 중매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단다.”(자한 12)하고 말하였다.

공자는 계씨 정권에 벼슬하기 전에 계씨의 부하로서 비()의 장관인 공산불요(公山弗擾)의 초빙을 받아 벼슬하려 하였는데, 그가 정권에 반란을 도모하고 있는 것을 아는 자로(子路)가 만류하여 그만 두었고, ()나라 반란자 불힐(佛肹)의 초빙에도 자로의 반대로 벼슬하지 않았으며 위()나라 영공의 부인인 남씨(南氏)의 초빙에도 벼슬하려 하였었다. 공자는 내가 표주박이냐. 달아매 놓기만 하고 먹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양화 7)하고 벼슬하고픈 마음을 나타내기도 하였었다.

 

   어느 날 자공은 저는 남이 저에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 되는 일은 저도 남에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말하자 공자님은 (자공), 너로서는 아직 하지 못 할 일이다.” (공야장 11)하고 나무랐다. 공자님은 자공이 인()에 대하여 터득하고 있음을 자랑하고픈 마음이 발동되는 것이라고 간파하였던 것이다. 또 한 번은 공자님이 말하기를 자공아 너하고 안회는 누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자공은 오히려 공자님에게 자기가 묻고 싶은 말이라서 어리둥절하고 대답하였다. “제가 어찌 안회와 비교가 되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데 저는 겨우 둘을 알 정도입니다.” 하고 겸손하게 대답하자 공자님은 그대로이다. 나도 네가 안회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공야장 8)하고 자공을 안회만큼은 못하다고 단정했다.

 

   자공은 변설이 뛰어나서 말하기를 좋아하므로 사람을 비교하여 비판하는 버릇이 있었다. 이에 공자님이 말하기를 (자공), 너는 (사람을 비교하여 비판하니까)훌륭하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럴 틈이 없구나.”(헌문 30) 하고 핀잔을 주어 간접적으로 자공을 꾸짖기도 하였다.

 

   공자 일행이 천하유세를 하고 다닐 때에 정()나라에서 제자들과 떨어져 성문 밖에 혼자 서 있는 공자의 모습을 보고 정나라의 어떤 사람이 한 말을 듣고 자공이 공자님에게 장난삼아 말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스승님을 상가의 개라고 합니다.” 하고 항간의 평판을 말하자 공자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래 집 잃은 개라는 말은 잘 한 말이다. 그럴듯하다.”(공자세가 25)고 말하며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자공은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였구나 하고 후회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했지만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친밀한 사이였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자공은 일찍이 돈을 모아 부하였으므로 공자가 천하유세를 하는 14년 동안에 경비를 대었다고 한다.

 

   공자님이 병석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자공은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갔다. 병석의 공자님은 (자공)야 오는 것이 늦지 않았느냐.” 하고는

 

태산이 무너지려나.

대들보가 내려앉으려는가.

철인이 시들어 버리려는가.”

하고 울먹이며 노래를 부르고는 다음과 같은 꿈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하()나라 때에는 죽은 사람도 오히려 집주인 취급을 하여서 관을 동쪽 계단 위에 안치하고, 다음 은()나라 때는 죽은 사람을 주로 손님이라 취급하여 집 양쪽 기둥 사이에 안치하고, 다음 주()나라 때는 죽은 사람을 주로 손님 중간 취급을 하여 서쪽 계단 위에 안치했다고 한다. 지난밤 나는 집 양 기둥 사이에 앉아서 연회석에 초대받는 꿈을 꾸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조상은 은나라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떻든 나의 죽음이 가까운가 보다.”(공자세가 65) 하고 예언을 하였다. 그리고 칠일 후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

자공은 공자님이 돌아가신 때는 제자들 중 가장 연장자로서 후히 장례를 주관하여 치르고 다른 제자들과 삼년 시묘를 살았는데 탈상 후에도 또 삼년을 더 시묘를 살았다.

 

   자공은 공자보다 31세 연하의 제자로서 스승님의 칭찬과 나무람을 받아가면서도 공자가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큰 힘이 되었다. 안회나 자로 같은 제자는 일찍이 가고 스승님의 임종을 지켜보고 예로써 장례를 치른 충실한 제자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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