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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그막에 소중해진 야생초

간천(澗泉) naganchun 2021. 5. 29. 06:03

늘그막에 소중해진 야생초

 

곱기도 하고 몸에도 좋은 야생초

 

   이전에는 5월이면 신록의 계절이니 계절의 여왕이니 하였는데 계절이 걸음을 재촉하여 천자만홍(千紫萬紅)의 고비를 지나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가 되었구나. 문득 도대체 이 지구상에는 얼마나 많은 생물이 생식하기에 철따라 풍광을 달리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최근 미국 하와이대학의 카밀로 모라(Camilo Mora)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1년에 지구에는 대강 870만종 전후의 식물이나 동물이 생식하고 있다고 추정치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 약 90%는 아직 발견되거나 분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알려졌다는 생물의 10%만으로도 인간은 지구의 생물다양성에서 큰 은혜를 받고 있다. 지구는 식료에서부터 약물, 깨끗한 공기나 물, 산자수려(山紫水麗)한 풍광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를 인간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생활주변에서 항상 접하고 있는 식물 중에서도 자기의 필요성이 없다면 잊어버리고 지나는 일이 너무나 많다.

나는 늘그막에 그야말로 자신의 절실한 필요에 의하여 몇 가지 식물에 친해지고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우리 청화원 오가는 길가에 들국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곳이 있다. 수년간 11월이 되면 1년간의 청화원 마지막 길에 곱게 핀 들국화를 한 아름 꺾어오곤 한다.

지난해 가을에는 예년과 달리 가을비가 많아서 들국화가 그야말로 탐스럽게 피어 향기를 뿜고 있었다. 그 올곧게 뻗은 몇 가지 고운 꽃을 꺾어다 화병에 꽂으면 거실에 향기가 가득 풍긴다.

그야말로 ‘암향부동만거실(暗香浮動滿居室)’이다.

해마다 그곳에는 제철이 되면 그렇게 들국화가 핀다.

 

  10여 년 전에 허리와 다리가 몹시 아파서 정형와과에 들렀더니 요추 4, 5번 자리에 디스크가 생겨서 통증이 있는 것이니 수술을 하거나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일이 있다. 그래서 한 달포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얼마간 통증은 사라진 듯하였으나 1주일이 가기 전에 다시 통증이 생겼다. 복용하는 약에는 진통제인 <타이레놀>이 2알이나 들어 있으니 그 약 덕분에 통증은 가신듯하지만 원인인 디스크는 제거된 것이 아니었다.

우연한 기회에 <달맞이꽃>이 관절에 좋다는 말을 듣고 인터넷 등을 찾아보았더니 효험이 있었다는 사례가 있었다. 특히나 <달맞이꽃 종자 기름>은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에 착안하여 나는 달맞이꽃 줄기로 차를 만들어 마셔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나름의 <달맞이꽃차>를 끓여서 언제나 물을 마시고 싶으면 이 차를 마셨다. 마시기 시작하여 한 달쯤 되자 모르는 사이에 통증이 완화되기 시작하였다. 그 후로 병원에 간일은 없다. 그래서 <달맞이꽃>과 친하게 되었고 산야에 달맞이꽃이 피는 곳을 찾아서 해마다 채취하기를 거의 10여년이 된다.

달맞이꽃은 보통은 그 자라는 자리를 알 수가 없는데 7, 8월 이른 아침에 노랗게 고운 꽃이 피어 있어서 찾아지는 꽃이다. 밤에만 피기 때문에 <달맞이꽃>이라 한다.

 

   딱 20년이 되었다. 직장암 수술을 하고 나서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곧 배설작용이 불규칙하고 장이 탈나는 일이 잦았다.

어느 한 선배가 <현초>를 달여 마셔보라는 권함을 들어서 이를 실천해보기로 하였다. <현초(玄草)>란 일제 강점기에 학교에서 많이 채집 권장해서 바치기도 했던 일본어로 <겐노쇼꼬>라 하는 풀 곧 우리말로는 <이질풀> 또는 <현초(玄草)>이다. 그런데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길가에서 흔히 보였던 풀인데 요즘은 도로가 포장되고 정리되는 바람에 그리 흔하게 찾기는 쉽지 않았다.

4년 전쯤에 지금 과학단지로 개발 중인 월평동 첨단로 길을 뒤지다보니 한 자리에서 그 풀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이 풀은 8, 9월에 분홍색 꽃을 피우는 줄기풀이다. 마침 그 풀을 뜯어다 다려 마시기 시작 하였는데 장이 순조로워졌다.

 

   이 달맞이꽃과 현초는 나의 절실한 필요에 의하여 반드시 해마다 직접 채취하여 상비해두는 귀한 약초가 되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마는 필요에 이용할 수 있는 야생초는 수 없이 많다. 지금은 찾기 어려워졌지만 길가에 흔히 피었던 민들레, 여름 가뭄에 잘 자라는 쇠비름, 질경이, 엉겅퀴 등등...

우리 주변에는 유용한 식물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이들을 자원으로 개발하여 생활에 더 편리하고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게 과학적인 성분분석과 약제로 개발하는 인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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