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단상 352

막걸리와 노란 주전자

막걸리와 노란 주전자 영화 등에서 와인을 마시는 장면을 보면 병에 든 와인을 뚜껑이 없는 화병 같은 유리병에 옮겨 담아서 다시 와인 잔에 따라 마시는 광경이 나온다. 와인을 자주 대하는 사람들은 흔한 광경일 것이다. 이런 행위를 디캔딩이라 하고, 그 유리 용기 를 디캔더 (decanter) 라고 한다. (*물론 다른 재질도 있을 것이지만,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너무 길어지니까) 막걸리는 주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병에 담겨 시판되는 것을 사서 마시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만드는 도가에서나 고급스럽게 포장한 막걸리들은 도자기나 항아리, 사기그릇 재질, 유리 병 등에 담겨 나오는 것도 있다. 하지만 보통 서민들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저렴한 막걸리를 바로 잔에 따라서 한 사발씩 마신다. 이것을 노란 작은..

단상 2021.11.24

밤하늘의 별을 보라

밤하늘의 별을 보라 당신은 밤하늘에 떠있는 달이나 별을 언제 보았던가요? 시골의 밤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건만, 오늘날 도시의 밤하늘엔 별이 없다. 도시 사람들은 아예 별을 보려고 하지 않으니 말이다. 도대체 온통 세상이 돈독이 들어서 백억 대로 헤아리는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인간성은 마비되고, 사기와 배신과 비인간적인 행태가 횡행하며, 말초적인 향락주의, 황금만능주의에 함몰되어 마치 소돔과 고모라의 전설을 연상케 한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우주운행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느껴보고, 자연 속에서의 자기를 찾아보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사람으로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그런 속에서 낭만을 찾으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하기보다, 주지육림의 호화로운 향연에 빠지거나, 노래방이니 PC방이니 나이트 경기 운동장이니 ..

단상/단상 2021.08.02

아! 1948년의 쓰라린 추억

오늘은 1948년 대한미국의 건국의 기초를 만든 제헌 국회가 열리고 대한민국이 건국된 제헌절 기념일이다. 마침 1948년 제헌국회의원 선거( 5 10선거)와 관련된 추억의 일단을 적어보려한다. 아! 1948년의 쓰라린 추억 1945년 해방이 되어 국내는 어지러웠으나 우리 집에서는 1946년에 들어서 비교적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었었다. 1943년에 병으로 오사카에서 귀국하신 아버지의 건강이 매우 좋아지셔서 집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몸소 하시고 특히나 1947년 가을에는 한 겨울을 나기 위한 땔감(촐 베는 일)을 준비하는 일도 아버지가 앞장서서 긴 낫을 벼리고 일꾼을 빌어서 몸소 나가시곤 하셨다. 아버지가 힘든 일도 하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었다. 바야흐로 우리 집에 희망적인 미래가 ..

단상/단상 2021.07.17

수즉다욕(壽則多辱)이라 하는데

수즉다욕(壽則多辱)이라 하는데 서울대 체력과학연구소에서는 한국 장수인 조사를 벌여서 조사된 바, 100세 이상 장수자는 1296명이라고 발표했다. 신문에는 109세의 할머니와 105세의 할아버지의 사진이 크게 실려 있었다. 100세를 넘도록 장수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진심으로 장하시다는 말씀과 축하의 뜻을 보내고 싶다. 이들은 젊어서부터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꾸준히 일을 하며 원만한 가족관계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었다 한다. 참으로 하늘이 내려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장자》에 말하기를 인류 최초의 성천자라 일컬어지는 황제(黃帝)가 화(華)라는 나라에 여행을 하였는데, 그 나라의 관문을 지키는 봉인(封人)이 “장수하고, 부하며, 자식이 많음은 인간이 바라는 바이므로”(壽富多男子人之所欲..

단상/단상 2021.06.23

추억의 바릇 이야기

추억의 바릇 이야기 2십여 년 전 일이다. 어느 날 내자와 바람을 쐰다고 도두봉 밑 바닷가에 갔었다. 마침 썰물이 때가 맞아서 물이 많이 내렸었다. 내자가 물에 덤벼들더니 게를 잡기 시작하였다. 나도 그저 있을 수 없어 바다로 들어가 잔돌을 헤치며 게도 잡고, 게만이 아니라 썰물에 물이 빠져 가는 대로 바위에 기어 다니는 참보말을 주워 담는다. 뜻밖에 바릇으로 저녁상에는 참게장이며 참보말국이 돈을 많이 들여 사들인 반찬보다 더 융숭한 진미를 이루었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거나 보말(우렁이 종류)을 잡거나 해초를 캐는 일을 제주도에서는 바릇이라 한다. 바릇을 하려면 먼저 물때 곧 조수간만의 차를 잘 알아야 하는데 음력으로 초하루와 보름을 중심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크므로 바릇하기에 좋은 물때가 되는 것이다. ..

단상/단상 2021.06.11

오리 아기들 떼지어 헤엄치기 : 자연에서 살아남기 첫 수업?

정말 작고 귀여운 아기 오리들이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엄마 뒤에 찰떡같이 붙어서 따라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작은 하천에서 유영하는 날이지 싶습니다. 헤엄치기, 자연에서 살아남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뭐 그런 섭리를 체득하게 하는 수업이 아닌가?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들을 뛰면서 따라갔습니다. 엄마 오리의 특훈은 아기들을 강하게 튼실하게 지혜롭게 만들어 주겠지요!! 정말 빠르게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 속도를 담아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단상 2021.06.01

6월이 오면

유월이 오면 유월은 방금 사우나를 마치고 화장을 하고 나온 만삭의 여인이다. 환희에 찬 미래를 분만하며 유월은 온다. 새들은 숲속 새벽의 어둠 속에서부터 사랑의 노래를 합창하고, 풀벌레들도 서로 짝을 맞추기 한창이다. 들판에는 이름 없는 작은 꽃들마저 제각기 꽃을 피워 미래를 잉태하려 애를 쓰고, 논밭에는 벼 폭이 짝짝 소리를 내며 벌어진다. 나무는 나무들대로 풀은 풀들대로 제 몸피를 늘리며 서로 이웃하는 친구들과 정다운 악수를 하려 몸부림친다. 산과 들이 푸르름으로 가득해 지는 녹음의 계절로 내닫고 있다. 나에게는 1년 중 유월이 가장 좋은 계절이다. 새봄이 되어 3월부터 6월까지 내 몸은 생기를 찾아 활기가 솟아나고 머리는 명석해져서 생각하는 데에 피곤을 모르는데, 특히 6월이 되면 완전히 털갈이를 ..

단상/월요단상 2021.05.30

늘그막에 소중해진 야생초

늘그막에 소중해진 야생초 이전에는 5월이면 신록의 계절이니 계절의 여왕이니 하였는데 계절이 걸음을 재촉하여 천자만홍(千紫萬紅)의 고비를 지나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가 되었구나. 문득 도대체 이 지구상에는 얼마나 많은 생물이 생식하기에 철따라 풍광을 달리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최근 미국 하와이대학의 카밀로 모라(Camilo Mora)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1년에 지구에는 대강 870만종 전후의 식물이나 동물이 생식하고 있다고 추정치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 약 90%는 아직 발견되거나 분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알려졌다는 생물의 10%만으로도 인간은 지구의 생물다양성에서 큰 은혜를 받고 있다. 지구는 식료에서부터 약물, 깨끗한 공기나 물, 산자수려(山紫水麗)한 풍광에 이르기까지..

단상/단상 2021.05.29

향기로운 체취

향기로운 체취 남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므로 어디까지가 참말인지 모르지만, 인간은 대개의 냄새에 익숙해진다고 한다. 꽤나 지독한 냄새라도 얼마 동안 맡고 있노라면 언젠가는 익숙해져버리는 모양이다. 실제로 냄새 그 자체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묽어지는 수도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도 있는 것 같다. 이것 또한 들은 이야기인데 정로환의 냄새 이것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들은 일이 있다. 이것은 어쩌면 익숙해지고 아니하고 하는 문제가 아니고 정로환 자체가 풍기는 냄새가 언제까지 시간이 지나도 묽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험해보려고 생각해 본 일은 없다. 누가 흥미를 가지고 있다면 꼭 시험해 보고 그 결과를 보고해주었으면 좋겠다. 민족에 따라 음식물에 독특..

단상/단상 202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