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로 일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이거 좀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아니, 솔직히 말해보자. 이건 부탁이 아니다. 명령이다. 부탁은 상대를 배려하는 뉘앙스라도 있지만, 여기서의 요청은 단호하다. “당연히 네가 해야지. 네 일인데.” 요양원은 마치 한 편의 거대한 드라마 세트장 같다. 등장인물은 많고,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맨 꼭대기에는 원장이 있고, 그 아래 사무국장이 있고, 사회복지사가 있고, 영양사가 있고, 물리치료사가 있고, 주방 직원, 설비 담당자, 세탁 담당자가 있다. 그리고 그 밑에, 가장 밑바닥에 요양보호사가 있다. 요양보호사는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에서 모든 무게를 떠받치는 존재다. 눈에 띄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그저 해야 할 일만 끊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