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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단상

오징어 물 회 집

간천(澗泉) naganchun 2021. 5. 9. 07:22

오징어 물 회 집

 

제주 물회는 된장이 관건 

 

  “우리 오징어 물 회 집 냅시다.” 때때로 집에서 먹는 오징어 물 회 국이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어서 하는 농담이다. 오징어 자체의 맛보다는 된장에 양념을 조화롭게 해서 만들어내는 데서 나오는 특이한 맛이 나의 입맛을 당기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살아 나아가는 데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먹고 영양을 취하는 것이야말로 일생을 두고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일 것이다.

 

  우리 집에는 우리 내외와 아들 내외 그리고 손녀 둘 그래서 여섯 식구가 산다. 아침을 먹는 사람은 우리 내외뿐이고, 아들 내외는 인스턴트식품에 익은 세대라서 그런지 아침밥은 별로 먹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침을 먹는 식구를 지구인이라 하고 아침을 먹지 않는 식구를 외계인이라 부른다.

이를테면 지구인은 아침을 먹자.” 하고 소리 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침을 꼭 먹어야 평생 건강에 좋다는데.” 하고는 아내는 아침을 먹지 않는 애들을 걱정한다.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식당 장사가 잘 되게 하려면 주방장의 요리 솜씨가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한다. 특히 미식가들은 그 식당 주방장의 솜씨를 따라 불원천리하고 찾아다니며 맛을 즐긴다고 한다. 이처럼 식구들에게 아침을 먹게 하기 위해서는 주방장인 아내의 요리 솜씨가 인정을 받아야 하리라 생각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흔히 고향의 맛이니 어머니의 손맛이니 하는 말을 하는데, 과연 가정주부의 요리 솜씨는 가족들에게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장기간 집을 떠나서 남의 집 또는 식당에서 취식을 하는 나그네가 되어보지 않으면 참으로 집안에서 아내의 손맛의 제값어치를 모른다고도 하고, 타향에서 나그네가 되면 고향 사람의 인정과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것이리라.

흔히 가정의 음식은 아침저녁 먹는 늘 같은 음식이라고 하지만 우리 집에는 아내의 솜씨에 따라 날마다 아침저녁 밥상의 요리가 변하는 것이 흥미롭다.

 

  요즘 웰빙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는데 나는 무슨 말인지 잘은 모르나 옛날식으로 잘 먹고 잘살자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집 음식은 그야말로 웰빙이다. 우선 특별한 집안의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육류를 사들이는 일은 없다. 그래서 한 달에 두세 번은 부두에 어물시장을 찾게 된다. 주로 사들이는 것이 갈치, 우럭, 조기, 전갱이, 고등어, 오징어, 문어, 낙지, 굴 등이며 겨울철에는 아귀를 사오기도 한다. 그리고 미역, , 파래, , 청각, 때로는 모자반 같은 해초류를 많이 사오는 편이다. 우리 고유한 음식에는 조림이나 찌개나 국이 빠질 수 없는데 이것들이 그 재료가 된다. 게다가 오징어나 낙지, 문어 등으로 회 국을 만들기도 하는데 특히 오징어 물 회 국이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어서 오징어 물 회 국 집을 내자.”는 농담이 나오는 것이다. 가까운 우리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생선이나 해조류가 웰빙 음식으로 가장 알맞은 것이 아닐까.

주방장인 아내는 식구들의 건강을 위하여 식탁에 올라야 할 재료에 대하여 항상 여러 가지로 연구를 하는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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