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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야기/일본 이야기

일본 대학 교수, 한국 대학 교수  

간천(澗泉) naganchun 2009. 5. 25. 07:36

 

일본 대학 교수,  한국 대학 교수  

 

 

 

한국에서 대학원 석사과정 이상의 공부를 한 친구들로부터 듣는 이야기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 공부할 때에 교수들에게 술대접하는 것, 아주 당연한 것 아닙니까, 라는 이야기이다. 또 한국 사람에게서 솔직하게 질문하겠다면서, 일본에서는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돈 얼마나 필요합니까, 일본에서 대학에 선생으로 취직하려면 또한 돈 얼마나 필요합니까,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한국에서 박사학위 받는데 몇 천 만원이라는 돈이 필요하고, 사립대학에 취직하려면 또한 몇 천 만원 아니면 억 단위의 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에서의 이와 같은 경우는, 내가 경험한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소문에서의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것 대단히 큰 문제가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 하고 있다. 즉 가장 아름다운 것만을, 가장 정의로운 것만을 가르쳐야 될 교육의 현장에서 이와 같은 부정이 존재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한국의 장래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고 싶다.

 

한국에서의 현실은 내가 경험한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하고, 내가 경험한 일본에서의 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에서의 경험을 쓰고 싶다. 일본에서 내가 소속했던 경영학, 즉 사회과학계통에서는 대학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과정을 진학하는 친구들은, 본인은 물론이요 학교도 지도교수들도 전부, 장래 연구자의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즉 사회과학계통을 전공한 친구들은 일반회사의 일반직은 학부졸업자로 취직이 되며, 대학원 졸업자들은 회사 내의 연구소등의 연구계통 아니면 취직도 어렵다. 오히려 일반회사에서는 연구직이 아닌 일반직은 대학원 졸업자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대학원에 진학한 친구들에게는 앞으로 대학교수 등 연구자의 초보생으로 자타가 인정하게 되며, 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서도 서로 동업자(同業者)라는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또한 교수들도 자기가 공부할 때의 학문적 어려움, 일반생활에서의 어려움이 생각나게 되며, 그 어려움에 대한 공감을 가지게 된다. 일본에서도 전 과정을 마치고 나서도 연구자로서 취직이 잘 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취직이 잘 안되어 힘든 어려움을 경험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박사과정에 올라가면 나이도 꽤 들게 되고, 결혼도 하게 되고, 정해진 수입이 없으므로 마누라까지도 돈을 벌어서 남편공부 뒷바라지를 하게 된다. 이쯤 되면 생활의 어려움은 보통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석사 박사 과정에서 교수들에게 술대접 및 식사 대접하는 일은 아예 없다. 서로 학교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식사도 학교에서 학교 식당에서 하게 된다. 물론 교수와 같이 학교식당에 식사를 하는 경우도, 돈 지불은 서로 서로 각자가 계산하게 된다. 학교이외에서의 식사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다. 학생이 지불하려고 하면 욕을 듣게 된다. 교수가 계산하든지 아니면 서로 각각이 계산하지만, 학생들에게는 금액을 더 적게 하고 교수들이 더 많이 내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술을 마시다보면 한국말로 2차를 가는 경우도 있다. 보통 2차라는 곳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비싼 곳이 대부분이다. 각각이 계산하더라도 학생에게는 벅찬 금액이 된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교수들과 학생들이 어울려 간단히 술 한 잔으로 하려는 것이 2차까지 가게 되었다. 1차는 서로 각각이 계산이 되었지만, 2차에 가서 계산을 하려니 한사람 앞에 만 엔 단위 이상의 돈이 되고 말았다. 만 엔 단위의 돈은 적지 않은 금액이다. 계산을 하려고 할 때에, 교수가 말을 한다. 학생들은 한 사람당 1천 엔씩 내라, 나머지는 선생들이 알아서 계산할 것이니. 즉 아무것도 안내면 학생들도 미안할 것이니, 학생들이 부담이 안 될 적은 금액으로 인사나 하라 라는 의미이다.

 

일본 대학원 과정에서 공부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이 생각해주는 학생들의 모습이란, 어려운 생활환경에서, 거기에 공부하겠다고 마누라까지 고생시키는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선생이 도움은 못 줄망정 거기에 부담을 줄 수 있느냐 이다. 또 필요한 연구도서 등에서 가격이 비싼 도서 및 자료 등은 가능한 한 교수가 어디에서 연구비를 끌어와 사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학생이 연구비를 끌어오는 것보다 교수가 연구비를 끌어오는 것이 역시 쉬우니까.

 

일본에서는 1년에 두 번 선물을 한다. 한국식으로 하면 연말과 추석이다 (이것을 일본말로 お中元(오쥬우겐),お歲暮(오세이보)라고 함).일본전체가 평소에 신세를 진 분들에게 선물을 주고받는다. 백화점 및 슈퍼마켓등도 이때는 서로 장사를 하려고 야단들이다. 이때 1년에 2번은 학생들도 교수에게 선물을 보내게 된다. 교수라고 해도 지도교수님에게 만이다. 다른 교수들에게는 일반적으로 보내지 않는다. 교수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해도 일본 돈으로 몇 천엔 정도의 물건이고, 주제에 넘는 금액의 선물을 하면 욕을 듣던지, 아니면 그 금액에 알맞은 답례가 보내오게 되니, 당연히 일본 상식내의 선물을 할 수밖에 없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이 된 후의 지금은 지도교수님에게는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욕도 없고 답례도 없고, 잘 받았다는 인사는 온다. 지금의 경우는 학생이 아니고 취직을 하고 선생 봉급 잘 받고 있는 것과 학생 때와는 하늘과 땅의 차이니까. 그리고 일본에서는 일본상식이나 신분에서 벗어난 선물을 했을 경우, 그것에 알맞은 답례를 보내는 것이 상식이다. 즉 답례가 되돌아온다면 이것 또한 실례의 일이다. 그러므로 1년에 2번하는 선물도 일본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즉 3천 엔 5천 엔의 수준이 일반적이다.

 

일본 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에서도 논문심사가 있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이다. 그 논문심사 과정에서 지도교수는 물론이요 다른 심사교수들에게 식사 술 대접 및 다른 선물을 해본 경험도 없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현재의 내 처지에서 심사의 의뢰가 있다면, 이것은 당연히 업무의 하나로서 생각해야 될 일이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선물이나 향응이 오고 간다면 이건 비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학교에서 비리가 있다면, 교육자로서 양심의 문제가 아닌가. 또한 교육계의 전체의 분위기가 이렇다.

 

대학원을 수료하여 취직하려고 할 때이다. 신설대학이라서 약1년 전부터 서류의 준비가 있다. 사무직원들과는 몇 차례의 회합이 있었다. 최후의 과정에서 취직할 학교의 학장이 대학원 지도교수님을 방문한다고 한단다. 방문할 곳은 지도교수님의 연구실이다. 그쪽은 학장과 사무국장, 이쪽은 지도교수님과 나, 4사람이 만났다. 학장이 지도교수님에게 "교수님이 정열을 쏟아서 가르친 제자를 저희 학교로 데려가게 되어 교수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라고 정중히 머리 숙인다. 지도교수님은 "여러 가지 미숙한 점이 많을 걸로 생각되오나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머리 숙인다. 참 숙연한 순간이다. 식사를 하러 학교식당으로 갔다. 참 난감했다. 식사비를 내가 계산해도 될 것인지 아닌지. 그런데 같이 온 사무국장이 얼른 계산한다. 지도교수님은 이곳에서의 식사는 우리가 대접하겠다고 하지만, 사무국장의 이야기는, 이번 방문은 공무이므로 학교에서 영수증 처리를 하겠다고 극구 계산하겠다고 나서니, 누구도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이것이 일본식 인사인가 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여준다. 물론 취직과정에서 흔히 있을법한 술대접등은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이야기도 나오지도 않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것이 이 나라의 학교의 상식이다.

 

취직 후 학교에서 교원 채용 이 몇 차례 있었다. 이런 경우, 자리는 보통 교수회에서 만든다. 즉 어느 과목의 선생이 필요하니 어느 과목용 자리를 만드는 경우, 교수가 퇴직하거나 정년퇴직한 때의 경우이다. 교수회에서 자리를 만들면, 이사회에서 승인이 필요하게 된다. 교수회는 교학(敎學)에 관한 권한은 있으나, 돈에 관한 권한은 이사회에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의 승인이 있으면, 곧 채용위원회가 구성 된다. 채용위원은 주로 같은 전공의 교수들로 구성된다. 채용위원회에서 각 대학 및 대학원으로 채용에 관한 안내문을 발송하여 이력서를 받고서 선발작업에 들어간다. 선발 후 채용위원장이 교수회에 보고를 하게 되고, 시원치 못한 답변인 경우 채용위원장이 땀을 좀 흘려야 된다. 교수회가 채용위원회를 감독하는 시스템이다. 채용위원회 위원장은 이사회의 어떤 이사나 이사장 등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자격으로 일을 수행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향응이나 부조리 등은 전혀 존재치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나 자신도 채용위원회의 위원의 경험이 있으니까. 교수 전원이 무엇보다도 실력이 있는 선생이 우리학교로 와 주어 우리학교가 조금이라도 나은 학교가 되길 바라는 심정이다.(신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