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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감상/중국 한시

추야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6. 13:13

 秋夜(추야)

  


북송/北宋    주숙진/朱淑眞

 

夜久無眠秋氣淸(야구무면추기청)

燭花頻剪欲三更(촉화빈전욕삼경)

鋪床凉滿梧桐月(포상양만오동월)

月在梧桐缺處明(월재오동결처명)


--가을 밤--

깊은 밤 잠 못 이루는데 가을 기운 스며들어

촛불 심 끊고 또 끊노라니 삼경이 되려하네

의자에 앉았는데 오동나무에 뜬 달 서늘함 가득 채워

달은 오동 잎 떨어진 새에 있어 휘영청 밝아라.


*추기(秋氣)-가을 기운. *촉화(燭花)-촛불 심. *포상(鋪床)-걸상에 앉음. *구(久)-오래다. *기(氣)-기운. * 청(淸)-맑다. * 촉(燭)-촛불. *빈(頻)-잦다. * 전(剪)-베다. 가위. *경(更)-다시. *포(鋪)-펴다.  * 재(在)-있다. *결(缺)-빠지다.


감상

 

  밤이 깊었는데 잠 못 이루어 앉아 있노라면 가을 기운이 스며든다. 촛불 심을 자르면서 있노라니 밤은 점점 깊어지려 한다. 창가에 놓인 걸상에 앉아 바깥을 내다보니 오동나무에 달이 떠서 서늘함이 번진다. 달은 오동나무의 빈 잎새 사이로 휘영청 밝다.

  전반 2구에서는 가을밤 잠 못 이루어 밤 깊도록 있었던 일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2구의 <촉화빈전(燭花頻剪)>은 시간이 경과를 나타낸다. 후반 2구에서는 <오동(梧桐)> 과 <월(月)>을 반복하고 있는데, 특히 4구의 <오동결처(梧桐缺處)> 곧 오동잎이 떨어져 있는 곳에 달이 있다. 그래서 달은 더 밝아 보인다는 섬세한 감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작자

주숙진(朱淑眞)(1080?-1133)

  북송(北宋)의 여류시인이다. 호를 유서거사(幽棲居士)라 했다. 전당(錢塘) 혹은 영해(寧海)(절강성항주영해/浙江省杭州寧海) 사람이다. 이청조(李淸照)와 함께 북송을 대표하는 여류시인으로 쌍절(雙絶)이라 했다.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지혜로웠다. 독서하기를 좋아하였고, 금(琴) 연주에 능하였으며, 그림과 시(詩), 사(詞) 등에 특히 뛰어났다. 그녀의 집안은 원래 사환(仕宦, 벼슬아치) 집안으로 깊은 규방에서 물같이 맑게 자라났으니 그녀의 재화는 특출한 바가 있다.

17세때, <월야삼수(元夜三首)>를 지었는데 연초의 관등(元宵觀燈)행사에 관한 시였다. 요조숙녀가 <월몽롱(月朦朧)>에 취하여 사랑을 대담하게 표현하는 작품이었다.

19세에 부모의 명에 따라 중매로 시정의 상인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부부의 성격은 정취가 남달랐고, 남편은 장사 때문에 오랫동안 먼 곳에 가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어 자연히 그녀는 슬프고 적막하였다. 그때면 남편을 그리워하며 사를 지어 편지를 보내면서 세월을 보냈다. 남편은 편지 봉투를 뜯어보았지만, 편지지에는 글자 대신 크고 작은 동그라미들만 가득하였다. 그녀의 남편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문득 바람이 불어 편지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동그라미의 의미를 몰라 고민하던 주숙진의 남편은 편지지의 뒷면에 조그맣게, 그리고 또박또박 적힌 글자를 발견하였다. 동그라미 편지에 대한 해석이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그리운 마음 기댈 곳 없어, 동그라미 그리며 달래봅니다.

 하고픈 말 동그라미 밖에 있고, 드리고 싶은 마음 동그라미 안에 있습니다.

 동그라미 하나는 소첩이고, 동그라미 두개는 당신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저에게 있고, 제 마음은 당신께 있습니다.

 달은 기울었다가 다시 차고, 찼다가는 다시 기웁니다.

 완전한 동그라미는 우리가 만난 것이며, 반만 그린 동그라미는 헤어진 것입니다.

 제가 두 개의 동그라미를 아주 가깝게 그렸기에,

 당신은 저의 마음을 아실 것입니다.

 말로 다하지 못하는 그리움은 동그라미처럼 돌고 또 돕니다.


얼마 후, 주숙진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묘 앞에 비를 세웠다. 묘비에는 그녀가 썼던 이 시가 새겨져 있었으니, 이름 하여 <권아사(圈兒詞)> 또는 <상사사(相思詞)>라 일컬어진다.

그녀의 시의 풍격(風格)은 남편과 오랜 시간을 헤어져 지내었기에 유독 정감이 풍부하고, 더하여 재화가 바닷물이 끊듯 넘쳐 났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청려담아(淸麗淡雅)한 가운데 슬픔을 머금은 애수의 정이 가득 하였다,후인들은 그녀의 작품 200여 편을 모아 시집을 내었는데, 이름을 <단장집(斷腸集)>이라 하였다. 그 중에 사(詞)가 31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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