Ⅷ. 공자와 노자의 사생관을 비판하다
제68화. 노자도 둔천의 형(내편 양생주)
제69화. 공자가 도가류의 가르침을 받다(외편 산목)
제70화. 자취를 깎고, 세를 버려라(외편 산목)
제71화. 공자는 하늘의 육민이다(내편 대종사)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죽음을 피할 수 있었던 사람은 없다.
《사기》에는 노자는 《도덕경》을 저술하고서 서쪽으로 갔는데, 끝난 곳을 모른다고 말하고 있으나, 장자의 양생주편에는 노자의 죽음에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장자가 노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비판한 대목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한편 공자는 제자 자로(子路)가 죽음에 대하여 질문을 하자 대답하여 말하기를 “아직도 생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 하고 대답하였다. 곧 현재 살고 있는 인생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데 사후의 세계를 알 수가 있겠는가. 하는 말로서 인간으로서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있는 것이지 사후의 세계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이고 정치적이며 비종교적임을 나타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자는 죽음 자체보다는 죽은 자에 대한 현실적인 장례의례 또는 제례를 더 중요시하였다.
그런데 장자는 죽음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서 죽음 그 자체를 심각하게 생각하여 삶과 죽음은 한 가닥의 그물이라고 했다. 마침내는 죽음 자체 보다는 죽은 자에 대한 의례만을 중시한 공자나 나아가서는 자기의 스승인 노자의 사생관을 비판한다.
제68화. 노자도 둔천의 형(내편 양생주)
노자가 죽어서 친구인 진실(秦失)이 문상을 갔다. 그 진실의 태도가 흥미롭다. 일찍이 중국에서는 문상을 가면 반드시 곡을 하는 예(禮)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상례의 경우에는 “아이고” 또는 “애고” 하고 곡을 한다. 이것은 하나의 예이고, 어떤 면에서는 형식적인 것이다. 문상을 간 진실이 그 곡하는 예를 세 번 할 뿐 각별히 슬퍼하는 모습도 없이 나갔다. 그것을 본 노자의 제자들은 크게 분개하여 말한다. “도대체 진실이란 사람은 누군가. 그는 우리 선생 노자의 친구가 아닌가. 친구이면서 지금의 태도는 무엇인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실은 이에 대해서 태연하게 대답한다.
“나는 처음에는 그를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비로소 노자는 쓸모가 없는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내가 문상하러 들어갔을 때에 보니, 늙은이는 자기 아들을 잃은 듯이 슬퍼하고, 젊은이는 자기 어머니를 잃은 듯이 슬퍼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의 인정을 자신의 죽음에 끌어들이는 것은 원래 죽은 본인 자신의 책임이다. 이것은 천도에서 벗어나고 자연의 정을 배반하여 하늘이 준 본분을 잊어버린 것이니, 예로부터 이것을 ‘둔천(遁天)의 형(刑)’ 곧 천도를 벗어나서 그에 따르지 않는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어쩌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태어날 때를 만난 것이고, 어쩌다 이 세상을 떠난 것은 도리에 순응한 것이다. 때에 편안히 있고, 순서를 따르면, 슬픔과 즐거움은 들어갈 여유가 없다. 예로부터 이것을 ‘제(帝)의 현해(懸解)’라고 일컬었다.”(내편 대종사)
자연의 순환에 맡겨 삶과 죽음을 초월하여 때에 편안하고 때에 순종하면 슬픔과 즐거움의 감정이 들어갈 여유가 없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곧 거꾸로 매달린 몸이 하늘에 의하여 풀리는 ‘제의 현해’인 것이다. 이제 노자의 죽음을 이토록 슬퍼하는 것은 노자 자신의 평소의 마음가짐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으로 봐서 노자는 참 위인은 아니라고 비판하는 말이다.
그래서 장자는 끝으로 사람은 죽었다고 해서, 전혀 본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작은 다 타고 없어지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불은 영원히 세상에 전해지는 것이 아닌가?” 곧 육체는 장작이 다 타서 없어지듯이 없어지지마는 생명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고 불기운처럼 전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노자는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 사람은 수한다.(死而不亡者壽=사이불망자수)”(노자33장) 고 말했다. 곧 육체는 썩어 없어지더라도 살아있을 때에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가진 사람이다. 도가다운 풀이를 한다면 영원한 생명을 가지려면 무위자연의 도를 체득하여 도에서 영원한 생명을 발견하는 사람만이 영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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