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혼자를 보는 것(내편 대종사)
남백자규(南伯子葵)와 여우(女偶)와의 문답이다. 여우는 여자라는 설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설도 있어서 무엇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이 여우한테 남백자규가 찾아가서 질문을 한다. “도대체 당신은 연세가 얼마이십니까. 꽤 연세가 드신 것 같은데 얼굴빛을 보면 마치 처녀와 같은 면도 있습니다.” 하고 말하자, 여우는 “내가 젊어 보이는 것은 도를 듣고 있으니까 그렇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도라는 것은 우리도 배울 수 있는 것입니까?” 하고 말하자, “아니다, 그것은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자네 같은 인간이 쉽게 도를 배울 수는 없다. 옛날 복양의(卜梁倚)라는 인간이 있었다. 그 사나이는 성인에 이를 수 있는 재능은 충분히 가지고 있으나, 아직 성인의 도를 얻지는 못하였다. 이에 반해서 나는 이 사람에게 도를 가르칠 수 있는 재능은 없었으나, 성인의 도는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 복양의가 나한테 가르침을 받으러 왔을 때, 나는 함부로 가르치지는 않았다. 결국 상대의 사람이 어지간히 마음을 맑게 하고, 기를 가라앉혀서 어느 단계에까지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가르치지 않았다. 그런데 3일이 지나자, 그 복양의에게 진보가 보였다. 곧 그는 천하를 밖에 둘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거기서 또 나에게 가르침을 받으러 왔는데, 그래도 나는 가르치지 않았다. 그 후 7일이 지났다. 이번에 그는 사물을 밖에 둘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가르치지 않았다. 그 후 9일이 지나서 그는 삶을 밖에 둘 수 있었다. 그래서 겨우 깨달음을 열었다. 이렇게 깨달음을 연 그는 처음으로 혼자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때에 나는 처음으로 그에게 가르치게 되었다.” 하고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이야기 중에 “천하를 밖에 둔다.”라는 것은 세상의 헐뜯음이나 영에나 칭찬, 혹은 세태의 추이, 시세의 변화 등을 도외시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천하를 밖에 둘 수는 있더라도, 또 자신의 몸에 직접 관계가 있는 의식주 등에 대해서는 갑자기 이것을 도외시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음으로 “사물을 밖에 둔다.”에 이르러 비로소 그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그 것들이 된다고 하더라도 더 나아가서 인생 전체를 허무하게 한다는 것은 더 어렵다. 그것이 가능해지는 것을 “삶을 밖에 둔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때는 이미 삶과 죽음의 걱정을 초월한 것이다. 그때 비로소 깨달음을 열어 조철(朝徹)의 경지에 달한다. 조철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혼자를 볼 수 있다.”라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소위 절대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복양의는 그 경지에까지 나아갔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그에게 가르쳤다고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다.
글 속에 “혼자를 본다.”라는 말을 장자는 설명하여 “혼자를 보면 고금이 없고, 고금이 없으면 불생불사에 든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최후로 “삶을 죽이는 자는 죽지 아니하고, 삶을 살리는 자는 살지 아니한다.”라고 말한다. 곧 인생에 집착함이 없이 이것을 죽이고 도외시하면, 도리어 그 사람은 죽지 아니한다. 이에 반해서 너무 집착이 많고 인생을 풍부하게 살리려고 노력이 지나치면, 도리어 인생을 온전하게 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결국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데는, 이 정도의 고심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상 여러 가지로 장자의 사생관을 말했지만, 결국 장자는 과거를 좇지 아니하고, 장래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그때그때에 순응하는 것이 생사를 초월하는 공부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을 장자는 ‘불장불역(不將不逆)’의 넉자로 나타내고 있다. 장(將)은 보낸다. 역(逆)은 맞는다는 뜻이다. 우리들은 어떻든 과거의 것이 무엇인가, 장래의 것이 무엇인가 하여 앞당겨 걱정하고 괴로워하는데, 장자는 지난 일은 뒤에 좇지 않은 것이 좋다. 장래의 일은 오기도 전에 앞당겨 걱정하여 맞는 일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렇게까지 생각이 된다면 생사로 번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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