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공자가 도가류의 가르침을 받다(외편 산목)
어느 날 공자는 자신의 친구이자 노나라 은자인 자상호를 방문하여 자신의 과거의 편력을 말하면서 하소연을 했다. “내가 두 번씩이나 노나라에서 쫓겨났고, 송나라에서는 큰 나무 밑에서 제자들에게 강의를 하는데 그 나무를 베었으며, 위나라에서는 추방당했고, 상(商)나라와 주(周)나라에서는 곤궁에 빠졌었고, 진(陳)나라와 채(蔡)나라 중간에서는 포위를 당했었소. 내가 이 몇 번의 환난을 당하자 친한 사람들과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제자들과 친구들도 모두 떠나서 흩어졌소.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요?” 하고 상담을 청했다.
그 말에 자상호는 예화를 들어서 말하였다.
“당신은 가(假)나라 사람이 망명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습니까? 임회(林回)라는 망명자는 잠간의 실수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사람은 아들을 찾기 위하여 천금의 가치가 있는 구슬을 버리고 어린애를 업고 달아날 때,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 가치로 따진다면 어린애가 헐할 것이요, 그 귀찮은 편으로 따진다면 어린애가 더할 것이니,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어린애를 업고 달아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고 말입니다. 이에 임회는 말하였습니다. ‘구슬은 이익으로써 나와 결합했고 어린애는 천륜으로써 나와 결합된 것이다. 대체로 이익으로써 결합된 것은 위급한 화를 당하면 서로 버리는 것이요, 천륜으로써 결합된 것은 위급한 화를 당하면 서로 거두어주는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이 서로 거두어주는 것과 버리는 것과는 그 거리가 먼 것입니다.” 라고 말하여 공자를 깨우쳤다고 한다.
그때 자상호가 이야기 중에서 나오는 말에서 강조한 것은 “구슬은 나와 이해로 결합된 것이고, 아들은 나와 천륜으로 결합된 것이오. 대체로 이해로써 결합된 것은 위급한 화를 당하면 서로 내버리게 되지만, 천륜으로써 결합된 것은 한번 위급한 화를 당하면 거두어주게 마련이오.” 라고 하는 말이었다. 곧 이해관계로 결합된 것은 화를 당할 경우에는 반드시 버리지만, 하늘로써 이어진 혈연관계는 괴로운 일을 당하면 당할수록 서로 손을 합치는 것이 라고 하는 말이다. 참으로 인정을 뚫어본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자상호는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감주와 같다.”라고 하는 말을 강조한다. 군자의 사귐은 끈끈하지는 않지만, 물처럼 맑고. 이에 반하여 소인의 사귐은 감주처럼 달지만, 얼마 없어서 물리는 것이라는 말이다.
인륜의 도는 공자가 가장 존중하는 바인데, 이제야 공자가 오히려 노장류의 자상호로부터 이 인륜의 도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것처럼 어이없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물론 우화, 중언이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매우 거북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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