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공자는 하늘의 육민이다(내편 대종사)
세 사람의 기인이 있었다. 자상호(子桑雽/子桑戶), 맹자반(孟子反), 자금장(子琴張)이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우연히 만나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며, 서로를 위하고 세상에 욕심이 없이 무궁한 천지에서 노닐면서 삶을 잊고 죽음이 없는 경지에 들어갈 수는 없을까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친구가 되었다.
이들은 한 동안 아무 일 없이 잘들 지내다가 자상호가 갑자기 병이 나서 죽었다.
자상호의 죽음을 들은 공자는 제자인 자공을 문상하러 보냈다. 집안사람들은 매우 슬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서보니까, 어떤 사람은 발을 짜고 있고, 어떤 사람은 금을 타며 서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 왔구나. 상호, 아, 왔구나. 상호.” 라고 하는 것이다. 일찍이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초혼이라고 해서 지붕에 올라 본인의 이름을 불러 혼을 불러들이는 예(禮)가 있다. 지금의 이 노래는 그대로 그 문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아, 왔구나. 상호, 아, 왔구나. 상호.” 그리고는 말하기를 “그대는 오늘이야말로 참으로 돌아갔구나,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원래대로의 인간으로 남아있구나.” 하고 마치 친구의 죽음을 기뻐하는 듯한 어조로 노래하듯 말하는 것이었다.
공자의 심부름으로 문상을 간 자공은 놀라서 달려가 질문하였다. “감히 묻습니다. 시신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예(禮)입니까?” 이것은 공자의 제자다운 물음이다. 그런데 그 옆에 있던 자상호의 친구들은 서로 돌아보며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 사람이 어찌 예의 본뜻을 알리오.” 곧 자공은 공자의 가르침대로 사자에게 제물을 바치고 곡하는 예를 행하는 등 외형적인 행위만을 예라고 알고 하는 말이라 단정하고, 예의 근본정신은 마음속으로 사자를 슬퍼하는 자연스러운 정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말로서 공문에서의 예악의 가르침을 경멸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하는 모습에 기가 막힌 자공이 돌아와서 공자에게 아뢰어 말하기를 “도대체 그들은 어떤 사람입니까. 아무런 수행도 없는듯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육체를 초월하고, 죽었는데도 슬퍼하지도 않고, 얼굴빛 하나 변함이 없습니다. 알 수 없는 인간입니다.” 하고 질문하자, 공자는 “그들은 세상 밖에서 노는 사람이다. 우리들은 세상 안에서 노는 사람이다.” 곧 그들은 세속 밖에서, 우리들은 세속 안에서 논다. 이 둘은 관계가 없다. 그 관계가 없는 것을 잊고, 내가 너를 심부름을 보낸 것은 잘못됐다. 그들 세상 밖에서 노는 사람은 천지의 신과 하나가 되어 천지간에서 놀고 있다. 인생에 관한 일쯤은 아마도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은 “삶을 군살을 붙이거나 혹을 매단 정도로 생각하고, 죽음을 혹을 끊고, 종기를 터뜨리는 정도로 생각한다.” 곧 살아 있다는 것은 인생에는 필요하지 않은 혹이나 군살 같은 것이다. 죽음이야말로 그 혹이나 종기가 터져서 풀린 것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공은 “그러면 선생님은 어떤 법칙에 의지하려고 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공자는 다시 말을 이어서 “그들에 비하면 나는 하늘의 육민(戮民)이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과 함께 내가 믿는 길로 나아갈 것이다.” 곧 하늘로부터 세속의 세계에서 살아야 하도록 운명을 받은 죄인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함께 노력해서 자상호나 맹자반이나 자금장처럼 세속을 초월한 세계에서 노닐고 싶다는 말이다. 이 대목에서 장자는 교묘한 궤변으로, 점차 공자의 가르침을 장자 자기류에 경도되고 있음을 나타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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