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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57화. 장자 해골을 만나다(외편 지락)

간천(澗泉) naganchun 2010. 6. 26. 07:12

 

제57화. 장자 해골을 만나다(외편 지락)

 

   장자가 초(楚)나라에 가서 하나의 해골을 만났다.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해서 가지고 있던 말채찍으로 때리면서 문답을 시작했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모습이 되었는가. 그대는 삶을 탐하다가 도리를 잃어서 이렇게 되었는가. 아니면 혹 그대는 나라를 망친 일 때문에 사형을 당해서 이렇게 되었는가. 혹은 나쁜 일을 하여 부모, 형제에게 오명을 남길 것을 부끄러워하여 자살이라도 해서 이렇게 되었는가. 혹은 춥고 배고파서 굶어서 이렇게 되었는가. 혹은 그대는 천수를 다하여 살다가 이렇게 되었는가. 그런데 슬픈 일이구나.” 하고 말하여 깊은 동정을 비쳤다.

   그날 해가 저물어 장자는 그 해골을 베개 삼아 그 자리에서 잠들고 말았다. 그런데 밤중에 그 해골이 꿈속에 나타나서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마치 변사의 궤변과 같은 것이다. 세상의 학자들이나 할 것 같은 말이다. 인생의 번뇌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그런 바보 같은 말을 하겠지. 그런데 우리들 죽음의 세계는 다르다. 죽음의 세계에는 인생의 번뇌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만일 자네가 죽음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가르쳐주지.”라고 말하므로, 장자가 “가르쳐주게.” 하고 말하자 이제부터 해골의 설교가 시작된다.

  “원래 죽음의 세계에는 위에 임금이 없고, 아래에 신하가 없다. 그러니 군신의 관계는 없다. 춘하추동의 변화도 없다. 오직 천천히 천지와 수명을 같이할 뿐이다. 그러니까 사바세계의 왕의 즐거움이라고 하지만, 우리들의 즐거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라고 도도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그런 바보 같은 말을 믿지 않으므로 “자네는 억지소리를 하는 게지, 실은 살고 싶은 게지. 혹시 살고 싶다면, 내가 죽음을 다스리는 대왕에게 부탁해서 자네를 한번 살려줄까 하는데 어떠한가. 그러면 자네는 원래의 몸이 되어 살도 붙고, 형체도 갖추어진다. 그리하여 부모처자가 있는 곳에 돌아가서 고향의 벗들을 만날 수도 있다. 어떤가. 해볼 생각은 없는가?” 하고 말하자, 슬픔과 걱정으로 못 견디는 얼굴을 하고, 이마의 주름살을 돋우었다. “내가 어찌 남면왕의 즐거움을 버리고 또 다시 인간의 수고를 한단 말인가?” 하고 말한다. 옛날 천자는 남쪽으로 향하여 앉아서 정사를 보았다. 지금 해골의 경우는 마치 천자가 남면하여 옥좌에 앉아있는 것 같은 즐거운 경지이므로, 모처럼의 즐거움을 버리고 다시 인간 사회의 쓸데없는 수고를 하겠느냐는 말이다. 결국 죽은 편이 훨씬 즐겁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