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편안히 큰방에서 잠잔다(외편 지락)
장자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가 죽어서 거기에 친구인 혜시라는 사나이가 문상을 갔다. 문상을 가보니, 슬픔에 잠겨 있을 것으로 생각한 장자는 슬퍼하는 모습이 아니다.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앉아서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시는 기하 막혀서 힐책했다.
“생각해 보게. 그대는 부인과 같이 살면서 자식도 양육하고 몸이 함께 늙어가다가 부인이 죽었는데, 곡을 하지 않은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까지 부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고 엄히 꾸짖었다.
그런데 장자의 대답이 엉뚱하다. “그렇지 않네, 아내가 처음 죽었을 때 내가 어찌 슬퍼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가 태어나기 이전의 처음을 살펴본다면, 원래 아무런 생명도 없었네. 생명이 없을 뿐 아니라 본래는 기도 없었네. 흐릿하고 아득한 사이에 쉬어 있다가 변해서 형체가 생기고, 형체가 변해서 생명이 갖추어진 것이네. 그것이 지금 또 바뀌어 죽음으로 간 것일 뿐이네. 이것은 춘하추동 네 계절이 번갈아 운행하는 것과 같네. 그 사람은 바야흐로 천지라는 거대한 방에서 편안히 자고 있을 뿐이네. 별로 슬퍼할 필요는 없네. 그것을 슬퍼한다면 나는 아직 천명을 모르는 사람이네.”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 장자는 “편안히 큰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문구로 쓰고 있다. 아내가 죽은 것을 ‘편안히 큰방에서 잔다.’고 말하고 있다. 매우 매정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장자는 아내의 죽음에 처하여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슬픔을 못 견뎌 약간 억지로 하는 말이라 하더라도 삶과 죽음에 대하여 매우 냉철한 생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자》에는 대종사라는 일편이 있는데, 여러 가지 삶과 죽음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다음에 두세 가지 예를 들어서 장자의 사생관을 더듬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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