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때에 편안히 있고, 순서에 따른다(내편 대종사)
그런데 의논을 하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자여라는 사나이가 병이 났다. 친구의 한 사람인 자사가 문병을 갔다. 병을 얻어서 매우 슬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자여는 슬퍼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위대하구나! 조물주는.” 곧 천지의 신은 위대하다. 이제 나를 이런 모습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자신의 병을 남의 일처럼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때 자여의 모습을 보니 막 몸은 벌레처럼 꾸부러져서 몸속의 오관이 모두 거꾸로 되어있는 것이다. 턱은 배꼽 밑에 처박혔고, 어깨는 머리 위로 솟았으며, 전혀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몸 전체가 거꾸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정도로 심한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본인 자신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지껄이며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 저 조물주가 나를 이런 몸으로 만들었는가?” 하고 신음하듯 말했다. 그것을 들은 자사가 “자네 그것을 슬퍼하는가?” 하고 말하자 “아니다. 별로 슬퍼하는 것은 아니다. 신이 나를 어떻게 하든 그것은 신의 마음 대로이다.” 하고 내뱉는 것이다. 그때의 말이 보통이 아니다.
“신이 내 몸을 변화시켜 먼저 나의 왼쪽 팔을 닭으로 만들는지 모른다. 좋다. 닭으로 만들면 나는 때를 알리리라. 또 나의 오른쪽 팔을 활로 만들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곧 날아가서 비둘기를 쏠 것이다. 그 고기를 튀겨서 먹자. 또 나의 꽁무니를 수레바퀴로 하고, 나의 정신을 말로 할는지 모른다. 그것도 좋겠지. 그렇다면 나는 그 마차를 타서 사방을 돌아다니기로 하자. 신이 나를 어떻게 하든 그것은 신의 마음 대로이다. 나는 별로 그것으로 인하여 걱정하지는 않는다.” 하고 뻔뻔스럽게 말한다.
끝으로 “얻는 것은 때이고, 잃는 것은 순서이다. 때에 편안히 있고, 순서에 처하면, 슬픔과 즐거움이 들어갈 수 없다.” 좋은 말이 아닌가. “얻는 것은 때이다.”란 우리들이 생명을 얻어서 이 세상에 나온 것은 그저 때를 만난 것이다. “잃는 것은 순서이다.”란 그 생명을 잃은 것은 그저 갈 순서가 온 것이다. 그저 그때라는 것에 편안히 있고, 그 순서를 거스르지 않으면, 슬픔이나 즐거움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의 말이다. 죽음의 경각에 처하였음에도 이 정도의 여유를 마음에 가질 수 있다면, 인간으로서는 이 이상의 깨달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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