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을 케어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있다. 특히 가까이서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사를 돕다가도 불쑥 발견되는 ‘불청객’ 같은 털 한 가닥. 입술 주변에 길게 뻗어 나온 털을 볼 때마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경험, 돌봄을 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어르신들의 얼굴에 돋아난 이 털들은 흡사 얼굴에 박힌 검정 점에서 ‘툭’ 하고 나온 듯한 강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남성 어르신들은 면도를 해드리며 털을 관리할 수 있어 그나마 수월하지만, 여성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면도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매번 족집게로 뽑아드릴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 이어진다. 족집게로 일일이 손을 대다가는 상처가 날 수도 있고, 또 그로 인해 어르신이 아파할 수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