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허유가 요임금을 비판하다(잡편 서무귀)
어느 날 설결이 길에서 바삐 걸어가는 허유를 만났다.
설결이 허유에게 “자네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인가?” 하고 물었더니, 허유가 말하기를 “나는 지금 요임금을 피해서 가는 길이오.” 하고 말하였다.
설결은 이상하게 생각하며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고 반문하였다.
그러자 허유는 말하였다.
“저 요는 악착스럽게도 인(仁)을 행하려고 허덕이고 있소. 그러나 나는 그가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오. 아마도 후세에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게 될 것이오. 백성을 모으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요. 그들은 사랑하면 곧 친해지고, 그를 이롭게 하면 곧 달려오고, 그를 칭찬하면 곧 서로 힘써 일을 하오. 그러나 그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 곧 흩어지고 마는 것이오. 사랑과 이익은 인의의 마음에서 생기는 것인데, 본심으로 인의를 행하는 사람은 적고, 대개 인간은 인의를 방편으로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소. 대개 인의를 본성으로 하는 사람은 매우 적으므로 인의를 무리하게 실천하려 하면 성실성이 없는 거짓으로 떨어지고 마는 것이오.
끝에 가서는 탐욕이 많은 사람에게 편리한 도구를 빌려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오. 비록 본성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의의 정치라는 것은 지배자의 지위에 있는 혼자의 의견으로써 천하를 이롭게 하려는 것이므로 사물을 한 번 보는 것과 같아서 충분히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오. 저 요임금은 인의를 행하려는 현명한 지혜를 가진 현인이 천하를 이롭게 하는 것만 알고, 그의 천하를 해치는 것은 모르는 것이오. 그러나 이것은 오직 현명한 지혜를 버리는 자만이 알 수가 있는 것이오.“(잡편 서무귀)
요임금은 현명한 지혜를 가진 현인이 천하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데, 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현명한 지혜를 버리고 무위자연의 도를 자신의 도로 삼는 도가의 성인만이 알 수가 있는 것이라고 요임금의 유위의 인의의 정치를 비판하고 있다. 무위에 대한 유위, 자연의 이법에 대한 인위적인 규범을 존중하는 유가의 인의의 가르침의 한계성과 약점을 허유의 입을 빌어서 비판함으로써 유가사상보다 도가사상이 뛰어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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