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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31화. 유위로써 다스림은 혼란의 근본(외편 천지)

간천(澗泉) naganchun 2009. 8. 19. 04:45

제31화. 유위로써 다스림은 혼란의 근본(외편 천지)

 

  요임금이 허유에게 자문을 구하여 물었다.

“설결께서는 하늘의 짝인 천자가 될 만한 분이십니까? 저는 왕예에게 부탁하여 그분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허유가 말하였다.

“위험하오, 천하를 위태롭게 할 것이오. 설결의 사람됨은 총명하고 지혜가 밝으며, 민첩하고 그 성품이 남보다 앞서있으며, 또한 인지로써 하늘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소. 그는 잘못을 금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잘못이 생기는 원인에 대하여서는 모르고 있소. 그를 하늘의 짝인 천자가 되게 한다면 그는 인지로써 하늘을 무시할 것이오. 자신을 근본으로 삼아 다른 것들에 차별을 둘 것이오. 지혜를 존중하여 치달리게 될 것이오. 잡사에 부림을 당하게 될 것이고, 사물에 구속을 당하게 될 것이오. 사방을 둘러보며 사물에 응하기에 바쁘게 될 것이오. 군중의 편의에 응하기에 바빠질 것이오. 사물에 따라 변화하므로 애초부터 일정한 것이란 없을 것이오. 그러니 어찌 하늘의 짝인 천자가 될 수 있겠소. 그러나 일족이 있으면 그 선조가 있듯이 뭇사람의 어른은 될 수 있겠으나, 뭇사람의 어른의 어른은 될 수 없소. 그처럼 유위로써 다스림은 혼란의 근본이 되고, 신하에게는 화가 되며 천자에게는 해가 되오.”(외편 천지)

 

  설결(齧缺)은 지적이고 분석적인 재능을 가진 자로 설정되어 있다. 설결은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 지적 능력을 중시함으로써 유위의 정치를 하게 되므로 혼란을 일으키는 근본이 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정치는 작위적인 유위의 정치가 아니고, 자연의 이법에 따른 무위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