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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30화. 흰 구름을 타고 제향에 이른다(외편 천지)

간천(澗泉) naganchun 2009. 8. 17. 05:43

제30화. 흰 구름을 타고 제향에 이른다(외편 천지)

 

  요임금은 어느 날 화(華)라는 작은 나라에 여행을 했다. 그때 그 나라의 국경을 지키는 사람, 이것을 봉인(封人)이라 하는데, 그 사람이 나와서 “모처럼 성인이 오셨으니 성인을 위하여 축복을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성인이 장수하시도록, 둘째는 성인이 부자가 되시도록, 셋째는 성인에게 남자 자식을 많이 두시도록.” 하고 말하자, 이에 대하여 요임금은 성의는 고맙지만 거절하겠다. “남자 자식이 많으면 두려움이 많다.” 곧 아들이 많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 걱정의 씨가 그치지 않는다. “부자가 되면 곧 일이 많다.” 곧 돈을 많이 가지게 되면 이러쿵저러쿵 하여 귀찮은 일이 많아진다. “장수하게 되면 곧 욕이 많다.” 곧 목숨이 길면 그 사이에 늙음의 부끄러움을 남기게 되는 일도 많을 것이다 하고 거절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봉인은 “그것은 또 뜻밖의 생각입니다. 자금까지 나는 당신을 참 성인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만, 의외로 쓸모없는 인물임에 놀랐습니다. 아들이 많으면 두려움이 많다고 말하지만, 하늘의 신이 만민을 태어나게 할 때에는 반드시 이에 직무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아들이 많다면 이들에게 적당한 직업을 주면 됩니다. 또 부자가 되면 곧 일이 많다고 말하지만, 혹시 부자가 되어 돈이 남으면 그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됩니다. 또 장수하게 되면 곧 욕이 많다고 말하지만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성인은 메추라기처럼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고, 병아리처럼 주어지는 대로 먹으며, 새처럼 날아다녀도 행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곧 메추라기는 어떤 곳이라도 만족하여 결코 자신의 주거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주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병아리는 날개도 충분히 자라지 않은 것이므로 어미가 주는 먹이에 만족하여 결코 좋고 싫음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메추라기처럼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다.”고 하는 말은 결국 사람이 분수에 만족해한다는 말이다. “새처럼 날아다녀도 행적을 남기지 않는다.”라는 말은 물론 하늘을 나는 새가 자취를 남기지 아니하듯이 사람이 이 세상에 처하여 무위자연, 발자취를 남기지 않는다는 비유의 말이다.

 

  봉인은 이어서 말하였다. “난리를 다스리는 것은 그 때에 따라 적당히 처리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도가 있는 세상이라면 만물과 함께 번성하여 그 혜택을 받으며, 도가 없는 세상이라면, 혼자서 덕을 수양하여 한가롭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혹시 아무래도 이 세상이 싫어진다면, 그 때는 저 선인처럼 흰 구름을 타고 천제의 고향에 이릅니다. 그렇게 하면 당신이 걱정하는 세 가지 근심은 모두 사라질 것이 아닙니까?” 하고 간절히 요를 깨우친 것이다. 그제야 요도 처음으로 깨달아 “참 이것이야말로 대단히 좋은 가르침을 주셨다. 어서 다음을 이어주시오.” 하고 그 다음 이야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그 봉인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비키시오.” 한 마디 하고는 끝내 요임금의 소원은 들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