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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29화. 먼지와 때와 쭉정이나 겨로도 요순을 만든다(외편 천지)

간천(澗泉) naganchun 2009. 8. 17. 05:39

제29화. 먼지와 때와 쭉정이나 겨로도 요순을 만든다(외편 천지)

 

  허유(許由)와 비슷한 사람들이 당시에는 많았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허유의 스승인 설결(齧缺), 설결의 스승인 왕예(王倪), 왕예의 스승인 피의(被衣) 같은 사람들은 이제까지 말한 바와 같이 세상을 초월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당시 요임금은 성천자로서 훌륭히 천하를 다스리고 있었으므로 어느 정도 그런 면에서는 자신이 있었던 것일 것이다. 속된 말로 말하면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묘고야산(藐姑射山)에 가까이 가서 보니 거기는 네 사람의 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무의 세계이다. 치국이나 평천하 같은 것이 있을 이가 없다. 성천자를 자임하는 요임금도 그들과 만나보니 종래 자신이 자랑스러워하던 치국이라든지 평천하라든지 하는 일이 너무나도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어 "묘연히 그 천하를 잃었다." 하고 그저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이른바 은자 곧 이상의 신선이 본다면, 요임금은 한층 쓸데없이 보이는 것이다. 장자는 그들 신인(神人)을 칭찬하여 신인은 홍수가 나도 빠지지 않는다. 쇠나 돌을 녹일 정도의 열에도 뜨거워하지 않는다. 이런 신인이 나타나면, 그 사람의 때나 먼지나 쭉정이와 겨로도 요임금이나 순임금쯤은 만들어낼 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장자는 이 이야기로써 요순을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 여러 가지로 말해 온 바와 같이 장자는 공자가 가장 존경하는 요를 눌러 깨뜨려서, 그 요마저도 후에는 반드시 노장의 생각과 같은 허유라든지 봉인이라든지 하는 사람에게 설복당하도록 쓰고 있다. 그래서 그 설명에 의하여 한 걸음씩 자신의 주장을 세워 나아간다는 것이 장자의 설명 방법이다. 더구나 그 논법 중에는 앞에서 말한 우언, 중언, 치언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으므로 읽는 사람은 모르는 사이에 끌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상의 야기를 생각해보면 장자는 자기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하여 공자나 요순을 낮게 평가하고 있지만 요순이 행한 훌륭한 정치, 공자가 베푼 교육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인지 의아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공자나 요순이 말하는 인의의 설이 사람의 본성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의 지나친 표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