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공자, 노자에게 도를 묻다(외편 천운)
공자가 나이 51세가 되어도 아직 도를 깨치지 못함에 발분하여 남쪽 패(沛) 땅에 여행 중이던 노자를 찾아뵈었다. 공자와 노자의 만남은 5년만이었으므로 노자는 반가운 낯으로 공자를 맞아들였다.
공자는 처음 5년간은 예의법도에서 도를 구했으나 깨치지 못하였고, 다음 12년간에는 음양의 천지조화에서 도를 구했으나 깨치지 못하였다고 하소연하였다.
이에 노자는 길게 설명하여 말하였다.
“그럴 거요. 만일 도라는 것이 어떤 물건처럼 윗사람에게 바칠 수 있는 것이라면, 신하로서 그 임금에게 바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요, 윗사람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아들로서 그 어버이에게 드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며, 또 그것이 남에게 일러줄 수 있는 것이라면 누구나 그 형이나 아우에게 일러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요, 또 그것이 남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누구나 그 자손들에게 전해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은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도를 듣는 사람의 마음속에 그 소질이 없으면 도를 들어도 마음에 남지 않을 것이요, 도를 듣는 사람의 행동에 바른 노력이 없으면 도를 들어도 행하지 못할 것이오.
그러므로 마음속에서 나오는 도를 세상이 받아 행하지 않으면, 성인은 그 도를 내어보여주지 않고, 힘써 공부해서 아는 도를 받아들일 소질이 없으면, 성인은 억지로 그것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 것이오.
명예는 천하의 공기라서 혼자 차지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인의는 선왕이 묵는 집이라서 그저 하룻밤 묵을 수는 있어도 오래 머물 것이 아니니 오래 머물면 사람의 눈에 띄어 허물이 많아질 것이오.
그러므로 옛날의 지인(至人)은 인(仁)을 한때의 방편으로 빌리고, 의(義)를 하룻밤의 여관으로 여겨 소요의 경지에 노닐고, 간소함을 정신의 양식으로 삼는 생활을 하면서 남에게 베풀어주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경지에 섰던 것이오. 얽매임이 없이 소요하기 때문에 하는 일이 없고, 간소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살기가 쉬웠으며, 남에게 베풀어준 것이 없기 때문에 자기 것을 내놓는 것이 없었소. 옛날에는 이런 것을 거짓이 없는 진실한 대도를 취득하여 유유자적함이라 했소.
이와는 반대로 부를 옳다고 여기는 사람은 자기의 소득을 남에게 양보하는 것이 없고, 영달을 옳다고 여기는 사람은 명성을 남에게 양보해주는 일이 없으며, 권세를 좋아하는 사람은 권리를 남에게 넘겨줄 수가 없소. 부귀와 영달과 권세를 얻으면 이것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이것을 잃으면 슬픔에 빠져 반성함이 없고 마음 쉬는 바 없이 그 지위만을 엿보는 것이오. 이런 사람은 ‘천(天)의 육민(戮民)’ 곧 하늘의 벌을 받아 구원 받을 수 없는 사람이오.
원한을 갚고 은혜를 갚으며, 취할 것을 취하고 줄 것을 주며, 임금에게 간하고 백성을 가르치며, 살릴 것은 살리고 죽일 것은 죽이는 것 등 이 여덟 가지는 곧 정치의 공기요, 그러니 오직 큰 변화를 따라 막히는 것이 없는 자라야만 이런 것을 부릴 수가 있는 것이오. 그러므로 정치는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소. 그 마음이 그런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의 문은 열리지 않는 법이오.“(외편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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