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나는 비로소 용을 보았다(외편 천운)
공자가 노자에게 인의에 대한 문답을 했다는 대목이 다시 나온다.
어느 날 공자가 노자를 만나 인의에 대하여 문답하였는데 노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예를 들면 등겨를 까불다가 그것이 눈에 들면 눈이 아득하여 사방을 분별하지 못하고, 모기가 물면 가려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가 있소. 그러나 이것들은 일시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데 그치지만, 당신은 인의로써 우리의 마음을 심히 흥분시켜 천하를 어지럽히고 있소. 부디 당신은 인의를 주장하여 천하 사람의 순박한 마음을 잃어버리게 하지 마시오. 그리고 당신도 무위의 도를 따라 본성을 지키시오. 구태여 스스로 잘난 척하여 북을 치면서 도망가는 자식을 찾는 사람을 본받으려 하시오. 원래 고니는 날마다 목욕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희고, 까마귀는 날마다 물을 들이지 않아도 검은 것이니, 그 검거나 흰 본성은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은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것이오. 그대가 주장하는 인의가 명예라는 해석은 넓은 소견이라 할 수 없는 것이오. 우물이 말라 고기들이 육지에 쓰러져 있을 때에 습기로 서로 문질러주고 입에서 거품을 일으켜 서로 추겨주지마는 그러는 것은 저 강호에서 자기를 잊고 물과 서로 노는 것만 못한 것이오.”(외편 천운)
공자가 노자에게서 이 말을 듣고 난 후에 사흘 동안 문밖에 나가지 않고 말없이 지내자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 이번에 노자를 만나서 무엇을 가르쳐드리셨습니까?”
공자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나는 비로소 이번에 용을 보았다. 용이란 것은 자연의 기운이 합해져서 그 몸을 이루고, 그 기운이 흩어져서 찬란한 문채를 이루는 것으로 구름의 기운을 타고 하늘에서 노닐며, 음과 양의 두 기운으로 길러지는 것이라고 들었었는데, 저 노자란 인물은 마치 변환 자재하고 자연의 도를 내 것으로 하는 용과 같은 큰 인물이다. 내가 잠시 만나는 것만으로도 나는 입이 딱 버러진 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도저히 그런 인물을 내가 어떻게 가르칠 수 있었겠느냐.”(외편 천운)
위의 두 이야기는 같은 내용을 달리 표현했을 뿐이나 장자는 노자의 입을 빌어서 공자가 주장하는 인의의 도덕을 완전히 부정하고 매도하고 말았다. 공자와 노자가 만나서 대담을 나누었는지 어떤지 그 역사적인 진실은 논외로 하고서 생각해보면 인의의 도덕과 그런 정치사상을 가진 유가의 비조인 공자와 이런 사상을 부정하여 무위자연의 도를 숭앙하여 유유자적하는 노자와의 사이에 이런 논담은 있을 법도 한 일이라고 생각해본다. 장자가 의도하는 바는 공자의 유가사상보다 도가의 무위자연 사상이 위대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중언을 쓴 창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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