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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10화. 번거롭다 요점만을 들려다오(외편 천도)

간천(澗泉) naganchun 2009. 7. 21. 04:37

 

Ⅱ. 공자가 노자의 가르침을 받다

 

 제10화 번거롭다 요점만을 들려다오(외편 천도)

 제11화. 나는 비로소 용을 보았다(외편 천운)

 제12화. 공자 노자에게 도를 묻다.(외편 천운)

 제13화. 당신은 도를 깨쳤소(외편 천운)

 제14화. 도는 만물의 근원(지인의 삶)(외편 전자방)

 제15화. 도란 말로 나타낼 수 없는 것(외편 지북유)

 제16화. 지혜로는 성인이 될 수 없다(외편 천지)

 

 <들어가는 말>

공자 사후 400여년 후인 서기전 91년에 사마천(司馬遷)이 저술한 《사기》노장신한열전(老莊申韓列傳)에 공자가 주나라에 갔을 때 예(禮)를 노자에게 물으려 하자 노자는 이렇게 말하였다고 했다.

“당신이 말하는 옛날의 성인도 그 육신과 뼈다귀가 이미 썩어서 지금에는 다만 그 말한 바를 남겼을 뿐이오. 군자는 때를 얻으면 수레를 타는 귀한 몸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떠돌이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오. 훌륭한 장사꾼은 물건을 깊이 간직하여 밖에서 보기는 공허한 것 같이 보이지만 속이 실하고, 군자는 풍성한 덕을 몸에 깊이 갖추어 우선 보기에는 어리석은 것 같이 보이지만, 사람됨이 충실하다고 들었는데, 당신은 몸에 지니고 있는 그 교만함과 산만한 생각 따위를 다 버리시오. 그런 것은 당신을 위하여 아무런 이로움도 없는 것이오. 내가 당신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만 이것뿐이오.” 하고 충고하였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돌아온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새는 날고, 고기는 헤엄치고, 짐승은 달리는 것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달리는 것은 그물을 쳐서 잡고, 헤엄치는 것은 낚시를 드리워서 낚고, 나는 것은 주살을 가지고 쏘아서 떨어뜨릴 수 있지만, 용이라면 그것은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에 오른다고 하니 나로서는 그 실체를 알 수가 없다. 나는 오늘 노자를 만났는데, 용 같다고나 할까 전혀 잡히는 것이 없더라.” 하고 감상을 말하였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사마천이 《사기》를 저술할 시기에는 이미 공자는 위대한 성인으로 추앙을 받던 시대인데, 감히 이런 기사를 적을 수 있었다는 점은 냉정하게 객관적 사실을 충실히 적어야 하는 역사 기록이라는 점에서 볼 때, 사마천이 생존한 당시에는 도가의 사상이 널리 보급되었을 때이며, 도가의 사상이 유가의 사상에 대하여 매우 공격적이었었다는 것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자 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이처럼 노자는 춘추시대 유가의 시조인 공자(BC551-479)와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초(楚)나라의 철인으로서 무위자연의 도를 주창하는 도가사상의 창시자이다. 사기의 기록대로라면 공자보다도 훨씬 나이가 위인 듯하지만 역사적인 진실 여부는 논란이 많기도 하다. 또한 장자에 대하여서는 “그 사상의 요점은 노자의 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하여 장자의 사상적 계보를 노자에게서 잇고 있는데, 장자의 사상은 분명히 노자에게서 깊은 시사를 얻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장자는 노자를 스승으로 삼고 높이 평가하였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장자는 중언을 써서 자기의 스승인 노자로 하여금 공자를 훈계하고 무위자연의 도를 깨우치게 하였다는 것으로 다음의 대화를 구상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제10화. 번거롭다 요점만을 들려다오(외편 천도)

   어느 날 공자는 자신의 학설을 저술하여 장서로서 남기기 위하여 주 나라 서울인 낙양(洛陽)에 갈 것을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의논했다. 그러자 자로는 “제가 들은 바로는 주나라 도서관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에 노담(老聃)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은 사직하여 은거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혹시 선생님이 당신의 장서를 바치고 싶으시면 몸소 가서 이 사람과 의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고 권했다. 이에 공자도 그게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주나라 서울인 낙양(洛陽)에 가서 노자에게 면회를 청했다. 그러나 노자는 좀처럼 면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간신히 면회만은 이루어졌으나 노자의 태도가 꽤나 까다로웠다. 하는 수 없이 공자는 종래 자신이 수학한 12경(오늘날의 사서오경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을 내놓고 도도하게 그 이론을 설명했다. 나는 이만큼의 학문이 깊고, 이만큼의 수양을 했다는 것을 나타내어 자신의 원하는 뜻을 이루려 했던 것일 것이다.

 

   공자가 한참 이야기하는 도중에 노자는 하품을 하기 시작하여 “자, 충분하오. 시끄러워요. 그렇게 지루하게 설명을 하면 못 견디겠소. 빨리 요점만 들려다오.” 하고 토하듯이 말하는 것이다. 그러자 공자는 “요점은 인의에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노자는 “그 인의라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오?” 하고 반문하였다. 이에 공자는 “군자는 인이 아니면 이루지 못하고, 의가 아니면 일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니, 인의는 진정 사람의 본성인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면 장차 무엇을 하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노자는 “그러면 무엇을 인의라 하는 것이오?” 하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진심으로 사물과 더불어 즐기고 두루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하여 사심을 가지지 않는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노자는 “당신은 사심이 없다고 했지만, 그것은 이미 나 자신을 의식하고 있는 증거가 아닌가요?” 하고 꾸중을 했다.

 

  그러고는 이어서 말하기를 “당신이 만일 천하의 사람으로 하여금 그 지켜야 할 도를 잃지 않게 하고자 한다면 이렇게 하시오. 천지는 만물을 덮고 실어서 떳떳이 변함이 없고, 일월은 떳떳이 만물을 밝게 비추고, 별들은 제각기 제 자리에 벌려져있고, 금수는 본래부터 떼를 이루고 있으며, 나무는 본래부터 서있는 등 모든 자연 그대로를 생각하여 당신도 자연의 덕을 의지하고 자연의 도를 따라서 나아간다면 이것으로 충분하오. 그런데 어찌해서 서둘러 장황하게 인의를 끌어내어 마치 북을 치면서 도망간 사람을 찾듯이 떠들썩하게 하시오. 당신이 하는 짓은 사람의 천성을 어지럽히려 하는 방법이오.”(외편 천도)

 

   인의는 공자의 가르침의 중심 문제인데, 장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공자의 가르침보다 장자의 가르침이 보다 나은 것이라는 것을 나타내고자 하는 방법이다. 공자가 노자에게 꾸중을 당하고, 또 공자가 노자에게 기울어졌다는 이야기는 《사기》에도 전해지지만, 결코 장자만이 말들어낸 말은 아닐 것이나, 그것을 힘주어 과장하는 데에 장자의 저의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