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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7화, 종횡가의 사상(한비자 세난)

간천(澗泉) naganchun 2009. 7. 12. 09:04

 

제7화, 종횡가의 사상(한비자 세난)

  다음에는 종횡가(縱橫家)라는 것이 일어났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소진(蘇秦)과 장의(張儀)이다. 종횡가들은 무성하게 종횡의 변론으로 다루게 하여 복잡한 전국의 국제 관계를 마무리하려고 서둘렀다. 당시의 중국은 마치 오늘날의 세계정세와 같은 것이어서 저 나라, 이 나라가 각각 이해득실을 달리하여 다투었으니, 종횡가는 그 사이에 끼어들어 교묘한 논의로써 천하통일의 계획을 꾀하려고 하였다. 이들에게서 유명한 자는 소진과 장의이다. 그들이 쓴 책은 없지만 한비자(韓非子)라는 사람이 세난(說難)이라는 글을 써서 꽤나 교묘하게 그들 유세가의 용의주도하고 고심하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그의 설에 의하면 복잡한 국제간을 마무리는 데는 말솜씨가 필요함은 물론이거니와 오직 말솜씨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능란하게 말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보다 능숙하게 상대의 마음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의 마음을 알아서 그 상대의 마음에 자기의 주장을 주입시키는 것이 말솜씨의 교묘함이라고 여러 가지 유세의 어려운 경우를 들고 있다.

 

  예를 들면 욕심이 강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을 향하여 인의도덕의 도를 바로 대고 말한다고 해도 상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대로 상대가 인격적으로 고결한 사람이라고 하자, 이를 향하여 뇌물을 쓴다거나, 책략을 쓴다거나 하는 것을 아무리 말한다 해도 이것 또한 거절당할 것이 분명하다. 또 세상에는 바른 사람과 바르지 못한 사람과로 단순히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표면은 바르지만 속은 매우 비열한 인간도 있다. 그런 사람을 향하여 저 사람은 바른 소리를 하고 있으니까 바른 소리를 하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여 나아가면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지른다. 상대는 표면으로는 그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이나 속으로는 이것을 멀리할 것이 뻔하다.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서 이런 점에 유세의 어려움이 있다고 한비자는 여러 가지 예를 들고 있다.

종횡가 예화1. 오랑캐를 쳐야 한다(한비자 세난)

 

 옛날 정(鄭)나라 무공(武公)은 오랑캐를 칠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 위하여 먼저 오랑캐 왕과 자신의 딸을 결혼시켰다. 소위 결혼 정책을 쓴 것이다. 어느 날 부하들을 모아서 나는 이제 무력을 써서 어떤 나라를 빼앗으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 나라를 치는 것이 좋겠는가 하고 의논을 하였다.

그러니 그때 관기사(關其思)라는 충신이 나와서 “오늘날의 형세로 봐서 오랑캐만큼 우리나라에 해를 끼치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니 먼저 이 나라를 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런데 무공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 자리에서 관기사의 목을 베고 말하기를 오랑캐는 오늘날 우리나라와 결혼 관계에 있는 인척의 나라가 아닌가? 이것을 치라고 하다니, 어떤 일인가? 하고 엄하게 천하에 성명을 발표하였다.

한편 오랑캐 쪽에서는 이 성명을 듣고서 그렇지 무공은 그 정도로 우리를 믿고 있구나. 그렇다면 이후에는 정나라에 대해서 의심을 품을 필요는 없겠다. 하고 나라와 나라의 경계를 철회해버렸다. 그런데, 그 새를 틈타서 무공은 조금씩 오랑캐 나라를 빼앗았다고 한다.

결국 관기사는 진심으로 무공에게 진언을 드렸는데, 중요한 무공의 마음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유세는 실패로 끝났다는 예이다.

 

종횡가 예화 2, 아들을 지혜롭다 하고, 이웃 아저씨를 의심했다(한비자 세난)

 

  어느 곳에 이웃하고 있는 두 집이 있었다. 어느 날 밤 큰비가 내려서 두 집 사이의 담장이 무너졌다. 그 때 아들은 아버지에게 “오늘 밤 안으로 이 담장을 수리하지 않으면 도둑이 들는지 모릅니다.” 하고 여쭈었다. 이윽고 이웃집 아저씨가 찾아와서 주인에게 빨리 이것을 고치지 않으면 도둑이 들는지 모른다 하고 충고했다.

그런데 과연 그날 밤에 도둑이 들어서 그 집의 가재를 전부 훔쳐 가버렸다. 그런데 그때 그 집주인은 어떻게 생각했는가 하면, 우리 아들은 참으로 영리하다. 도둑이 든다는 것을 미리 알고 나에게 알려주었다고 칭찬했다. 그리고는 이웃집 아저씨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도둑질을 한 것은 저 아저씨가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고 한다.

이것도 같은 말을 썼지만 다르게 해석되어서 상대의 마음을 모르면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예이다.

종횡가 예화 3, 먹지 않고 남은 복숭아를 먹이다(한비자 세난)

    위(衛)나라에 미자하(彌子瑕)라는 미소년이 있어서 왕의 총애를 받았었다. 어느 날 이 미소년이 왕을 모시고 있는데, 집에서 심부름꾼이 찾아와서 이 미소년의 어머니가 병으로 위독하다고 소식을 전하였다. 이에 미자하는 이것은 큰일이다 하고 왕의 허가를 받지도 않고 왕의 수레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당시 이 나라의 법에는 왕의 수레를 허가 없이 탄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고 되어있었다. 그러나 왕은 그 말을 듣고 미자하는 참으로 효자이다. 자신이 죽임을 당할 형벌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의 위급함을 듣고는 곧 달려갔다. 참으로 감동된다고 칭찬했다.

   또 어느 날 왕과 함께 복숭아밭 곁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복숭아가 매우 탐스럽게 익었었다. 미자하는 복숭아밭으로 뛰어 들어가서 복숭아를 따 먹어보니 매우 맛이 있었다. 그래서 한 입을 먹고 나머지를 왕에게 가져다 바쳤다. 왕은 다시 이것에 대해서도 만족하여 미자하는 나를 사랑하는구나.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져버리고 나머지 복숭아를 나에게 주었다고 칭찬했다. 그런데 그 후 왕도 나이가 들어 용안이 쇠해지게 되자 태도가 일변했다. 그래서 말하기를 미자하는 일찍이 나의 수레를 무단히 탄 놈이다. 또 일찍이 나에게 자신이 먹다버린 복숭아를 준 놈이다. 하고 이것을 구실 삼아 죽이려 했다고 한다.

    이들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사람은 상대의 마음이 늘 변한다는 것을 모르면 어처구니없는 잘못이 된다. 그러므로 유세하려고 하는 자는 먼저 사람의 마음을 읽을 필요가 있다. 여기서 독심술이 유세에는 가장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것도 이상한 말이라서 천만인에게는 천만인의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을 전부 읽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튼 이 설도 머지않아서 깨어질 운명을 맞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