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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감상/중국 한시

94, 황학루--최호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3. 06:28


94. 黃鶴樓(황학루)



당/唐    최호/崔顥 


昔人已乘黃鶴去(석인이승황학거)

此地空餘黃鶴樓(차지공여황학루)

黃鶴一去不復返(황학일거불부반)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晴川歷歷漢陽樹(청천력력한양수)

芳草萋萋鸚鵡洲(방초처처앵무주)

日暮鄕關何處是(일모향관하처시)

煙波江上使人愁(연파강상사인수) 


--황학루--

옛 선인은 이미 황학을 타고 가버리고

이 땅에는 텅 빈 황학루만 남아 있네

황학은 한번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고

흰 구름만 천년을 허공에 유유히 떠 있네.

맑은 날 강물에 한양의 나무들이 역력히 비치고

향기로운 풀 앵무주에 무성하네.

해 저무는데 내 고향은 어디인고.

물안개 강 위에 서려 사람을 시름에 잠기게 하네. 


* 인(人)-선인 *천재(千載)-천년. *역력(歷歷)-확실하다. *향관(鄕關)-고향. *연파(烟波)-강물 위에 피어나는 안개. *석(昔)-옛날. *이(已)-이미. *승(乘)-타다. *학(鶴)-학새. *거(去)-가다. *차(此)-이. *여(餘)-남다. *루(樓)-집. *부(復)-다시. *반(返)돌아오다. *재(載)-해. *유(悠)-한가하다. *청(晴)-맑다. *력(歷)-겪다. 역력하다. *방(芳)-꽃답다. *처(萋)-풀 성하다. *처처(萋萋)-풀이 무성한 모양 *앵(鸚)-앵무새. *무(鵡)-앵무새. *주(洲)-고을. *모(暮)-저녁. *관(關)-관문. *시(是)-이다. *연(烟)-연기. 물안개.  *사(使)-하여금. 시키다. *수(愁)-근심.


감상

  이 황학루는 전설이 많은 곳이다.  옛날 이 아름다운 황학루를 짓고 풍월을 읊으며 신선처럼 살던 사람이 죽고 없는 것을 황학을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표현했고, 주인이 없는 빈 누각만 남은 그 하늘에 흰 구름이 천년동안 유유히 떠 있고, 물가의 나무들이 맑고 맑은 시냇물에 비치고, 호수 복판의 섬 앵무주에는 향기로운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는 풍경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게 한다.

  이런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여 하루해가 다 가는 줄도 모르고 바라보다가 문득 해가 지는데 황학루 경치와는 대조적으로 갈 곳 없는 자신의 초라한 행색을 돌아본다. 강 위에 서리는 저녁 안개는 사람을 더욱 시름에 잠기게 한다고 읊고 있다.

  이 시의 특징은 같은 글자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곧 첩자(疊字)하였다는 점이다. 곧 전반 3구에서 <황학>이 세 번, <공>,<인>, <유>, <역>, <처>가 각각 두 번 반복하여 사용되고 있다. 율시에서는 드문 방법으로 같은 글자를 반복 사용하는 것은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서인데, 이런 방법은 초당 시대 심전기(沈佺期)의 <용지편(龍池篇)>의 영향이라고 말해지고 있다. 이 <용지편>에는 <오룡이지사천(五龍二池四天)> 곧 용자가 5회, 지자가 2회, 천자가 4회 반복 사용되고 있다. 이백(李白)의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는 <삼봉이황이대(三鳳二凰二臺)>이다.

   뒷날 시선(詩仙)이라 불리던 이백(李白)이 이 시의 현판이 걸려있는 황학루에 올라 아름다운 경치에 반하여 좋은 시를 읊으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짓지 못하고 떠나면서 '안전유경도부득(眼前有景道不得) 최호시재기상두(崔顥詩在其上頭)'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렸다고 한다.

  '눈앞에 아름다운 경치가 있어도 도(道)를 얻지(시를 짓지) 못하는 것은 최호의 시가 맨 위에 있기 때문이다.'라는 뜻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 보다 더 나은 시를 지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백은 그 후 금능(金陵)의 봉황대(鳳凰臺)에 올라 유명한 봉황대시를 지어 이 최호의 황학루시와 쌍벽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황학루에 전하는 전설의 대표적인 것을 보기로 한다.

  옛날 신(辛)씨라는 사람이 술집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반년간이나 공짜로 술을 마시는 노인이 있었다고 한다. 그 노인이 귤껍질로 벽에다 황학을 그렸는데, 그 노인은 백운을 불러서 벽에서 빠져 나온 황학을 타고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손님이 술에 취하여 박수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면 벽에 그려진 황학이 벽에서 빠져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이 소문이 널리 펴져서 많은 손님이 찾아오고, 마침내 신씨는 십 년 사이에 거부가 되었다. 어느 날 다시 그 노인이 찾아와서 피리를 불자 또 학이 벽에서 빠져 나왔다. 그 노인은 그 학의 등에 걸터타고 백운을 타서 날아가 버렸다. 이 신씨는 그것을 기념하여 높은 누각을 지었다고 한다.


작자

최호(崔顥)(704-754)

  성당 시대의 시인이다. 자는 모른다. 변주(汴州)(하남성개봉/河南省開封) 사람이다. 진사에 급제하여 처음에는 지방관으로 각지를 돌아다녔는데, 후에 수도에 돌아와서 사훈원외(司勳員外)가 되었다. 최호는 도박을 좋아하고, 주색에 빠져서 미인을 골라 아내를 삼았다. 그런데 미녀인 처에게 싫증이 나서 버리곤 하여 서너 번 아내를 갈았다한다.

  그의 시풍은 젊어서는 경박한 것이었는데, 만년에 이르러서는 기골이 있는 시로 변했다고 말해진다. 그는 이 시 <황학루>로 이름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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