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尤溪道中(우계도중)
당/唐 한악/韓偓
水自潺湲日自斜(수자잔원일자사)
盡無鷄犬有鳴鴉(진무계견유명아)
千村萬落如寒食(천촌만락여한식)
不見人煙空見花(불견인연공견화)
--우계로 가는 길에--
물은 절로 졸졸 흐르고 해는 절로 기울어지네.
닭과 개는 없는데 갈까마귀 우는구나.
동네마다 고요하여 한식과 같고
부엌 연기는 보이지 않고 꽃만 보이는구나.
* 잔(潺)-물 졸졸 흐르다. * 원(湲)-물 졸졸 흐르다. * 사(斜)-빗기다. *진(盡)-다하다. *계(鷄)-닭. *견(犬)-개. *명(鳴)-울다. *아(鴉)-갈가마귀. *촌(村)-마을. *여(如)-같다. *한(寒)-차다. *식(食)-먹다. *한식(寒食)-한식. *견(見)-보다. *연(煙)-연기. *인연(人煙)-부엌 연기. 인가에서 나는 연기. *공(空)-비다. *화(花)-꽃.
감상
강물은 저절로 졸졸 흐르고, 해는 혼자서 절로 서산으로 기우는데, 둘레에는 닭도 개도 보이지 않고, 갈까마귀만 울고 있다. 이르는 마을마다 고요해서 마치 한식날인 양 부엌연기 보이지 않은데 허무하게도 꽃만 보이는구나. 제 1, 2구는 구중에서 대구를 이룬 수법인데, “수자잔원(水自潺湲)” 4자와 “일자사(日自斜)” 3자의 대구로서 자(自)자를 대응시키고 있다. 물론 자(自)는 인공을 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임을 말한다. 곧 인간의 흥망 성쇠와는 무관함을 말한다. 제 2구에서 진무계견(盡無鷄犬)의 진주(盡無)와 유명아(有鳴鴉)의 유(有)가 대응을 이루고 있다. 닭이나 개는 사람이 사는 것을 의미하고 갈가마귀는 자연 그대로임을 의미한다. 제 4구에서도 불견인연(不見人煙)의 불견(不見)과 공견화(空見花)의 공경(空見)이 대응을 이루고 있다. 부엌연기가 보이지 않음은 사람이 흔적이 없음을 의미하며, 공견화의 허무하게 꽃이 보이는 것은 자연의 순환에 따른 현상으로 꽃은 사람이 있어 구경을 하거나 말거나 자연 스스로 피고 지는 것임을 보여 전쟁으로 황폐해진 마을과 사람의 일을 아랑곳하지 않은 자연과의 부조화가 슬프다는 감상을 읊고 있다.
작자
한악(韓偓)(844-923)
만당의 시인이다. 자는 치요(致堯) 또는 치광(致光), 호는 옥산초인(玉山樵人)이라 했다. 경조만년(京兆萬年)(협서성서안/陜西省西安) 사람이다. 889년에 진사가 되고, 901-904년 사이에 좌습유(左拾遺), 한림학사(翰林學士), 중서사인(中書舍人), 병부시랑(兵部侍郞)을 역임하였다. 권력자인 주전충(朱全忠=후에 양나라 태조가 된 사람)에 의하여 복주(濮州)(산동성/山東省) 사마(司馬)로 좌천되었다. 후에 복건성(福建省)에서 죽었다. 복건성(福建省) 남안현(南安縣) 풍주진(豊州鎭)에 원증상(圓甑狀=둥근 시루 모양)의 묘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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