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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정도전과 킹메이커

간천(澗泉) naganchun 2014. 6. 2. 15:56

 

정도전과 킹메이커

 

 

 

  

고려에서 조선이라는 시대로 넘어가는 협곡이 있었다. 그 협곡은 너무도 험난하고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고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이음새를 찾을 길 없는 오리무중의 지경이었다. 정도전은 그런 곳에, 즉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서 시대를 연결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낸 크리에이터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쪽에서 전혀 가보지 못한 저쪽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전혀 넘겨보지 못한 책장을 레이져로 꿰뚫는 것처럼 통찰을 한 그는 이미 그 너머의 페이지에 어떤 것이 쓰여질 지를 가늠하고 있었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각양각색의 필요한 재료들을 모아 모아 퍼즐 맞추기를 했다. 아니 아예 자신이 그 책을 써버렸다.

 

머물러 있지 않고, 아니 정신을 고여있게 하지 않고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움직거리며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타고 스쳐 지나가는 찰나들을 놓치지 않고 그 순간 순간들을 디자인하고 색칠을 하여 멋진 그림으로 완성해 내었다.

 

정도전은 왕제조기였다. 요즘 3D 프린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SF영화에서 커다란 기계안에서 사람의 손이 직조기에서 편직물을 짜내는 것처럼 유리너머로 인간의 손 같은 것이 만들어져 가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그렇게 그는 있어야 할 임금감을 상정하고 그를 현실, 실제의 시간 속에서 찾아내고 숱한 사건 들 속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해 나간다.

 

불굴의 의지로 나아간다. 그 나아가는 추진력 근저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하는 생각이 잘 짜여져 있다. 그런 강한 기획력에 절로 고개가 수그려진다. 그의 머리는 이미지화시켜서 생각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무엇을 상상하고 현실화시키는 그런 작업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단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정도전이 지금 이 시점, 이 우리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2012년 11월 미국 타임지는 표지모델로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 사진위로 ‘링컨이라면 무엇을 했을까’라는 타이틀을 올렸다. 지금으로부터 149년 전 사망한 인물을 통해서 현재를 통찰하는 지혜나 문제를 해결할 해답을 얻고자 한 것일까? 무수한 영화에서 과거로의 여행을 하고 해답을 찾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정도전도 지금 이 서울에 나타난다면 어떨까? 그 옛날 조선 건국 시에 한양으로 도읍을 정하고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작이었던 그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인지 상상해 본다. 그 상상을 하다보니 재미있는 퓨전사극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