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 복약 네비게이션
병원의 세계, 의사의 세계에 대해서 우리는 알려진 것 이외에는 잘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그 중에서 병의 근본 원인을 규명해내는 진단의학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떤 환자가 병원에 실려 왔다. 발병을 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보이는 증상을 통해서 처방을 내리고 치료를 하지만 잇달아 다른 증상들이 나타나고 환자의 상태응 더욱 악화된다. 오리무중으로 치닫게 된다. 무엇이 원인인지 발전한 현대의학의 힘으로도 잘 풀 수 없는 증상을 보일 때 의사들도 당황할 것이다.
나는 진단의학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미국드라마인 ‘닥터하우스’를 통해서이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드라마는 정말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반박하고 싶어진다. 명석한 두뇌와 치밀하고 끈질긴 인내심으로 진상을 규명해나가는 형사나 추리 탐정들 만큼이나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서 그 환자가 무었 때문에 그런 증상을 보이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온갖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시작하여 추적해나간다. 그 추리와 조사의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이론을 규명해내고 그 병의 원인이 정말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놓치고 있던 하나의 작은 단서를 통해서 치료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적확한 처방을 내리게 되고 그 환자는 살아나게 된다.
시간을 다투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관계자들과 토론과 질문과 추궁과 연구와 상상 등을 총동원해서 치밀하게 정말로 찰거머리처럼 물고 늘어져서 포기하지 않고 규명해낸다.
이렇게 진단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처방이 이어진다.
최근 나는 병원에서 주는 약처방전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는다. 약을 넣는 봉투에는 각각의 약의 이름이 있고 투약일수가 있고 그 약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20여자 내외로 적혀 있다. 약을 먹는 사람들을 위해서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용어여서 알지 못하는데 각각의 약이 나의 몸 속에 들어가서 어떤 역할을 해 주는지 조금이라도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날 심장이 쥐어짜듯 아팠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협심증인가 하고 걱정이 되었다. 두려워진다. 인터넷을 통해서 증상을 찾아보니, 심장이 아픈 듯한 것은 위가 아프거나 해도 그렇다고 한다. 내과에 가서 엑스레이와 심전도를 찍는다. 심장과 폐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럼 위의 문제이다. 위가 부어오르거나 하면 횡경막을 자극하여 통증이 생기는가보다. 그랬다. 약을 처방받으니 거기에는 4개의 알약이 있었다. 각각의 용도는 소화가 되게 하고 위장운동 촉진제도 있고, 평활근 경축을 완화시킴으로써 항경련 및 진통효과를 나타내는 약이라는 것도 있었다.
이 각각의 알약들이 입 속으로 들어가서 각자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을 단단히 다짐하고 물을 따라 들어가서 효과를 내도록 일을 잘 해내주기를 부탁하게 된다. 처음으로 약을 먹으면서 그 약들이 각자 인간의 내장 속에서 자기가 도착할 위치를 잘 찾아내주기를 바랬다. 불시착하지 말고 목적지에 잘 도착해주기를 바랬다. 이 약들은 우주인이나 마찬가지다. 인체라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작은 탐험가들 말이다.
운전할 때 네비게이션이 필요하듯이, 배를 타고 나갈 때 항법지도가 필요하듯이, 이런 복약안내가 이렇게 마음을 안정되게 하고 작은 알약들에 대해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 줄은 난 미처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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