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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아버지 얼굴 그리기

간천(澗泉) naganchun 2018. 4. 8. 19:06

아버지 얼굴 그리기


요새 스케치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이것저것 그려 본다.

유치원 아이처럼 작은 스케치북에 끄적거린다.

산책로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실물 사진을 꺼내 보면서, 나무도 그려보고 오리도 그려보고 까치도 그려본다.


지난 번 찍어 두었던 아버지 사진 꺼내서 아버지 얼굴도 그려 본다.

슥·삭 슥·삭.. 거침없이 술~술~ 잘 그려질 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닮지 않은 것 같다. 또 또 다시 그린다.


아버지 얼굴을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고 요모조모 뜯어보고, 관찰한 적이

있었던가?


우리 아버지 입 꼬리는 이렇게 위로 가늘게 미소 짓고 있구나.

아버지 코는 이렇게 오똑 하구나.

아버지 피부가 윤기나는구나.

아버지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나는구나.

아버지 목주름이 힘차게 흐르는 구나.

마치 그랜드 캐년 계곡의 단애처럼 굴곡진 파노라마가 펼쳐지는구나.

아버지 귀가 시원하게 열려있구나. 동굴 어귀의 작은 나무 한그루가 서 있는 것 처럼 귀털이 두 가닥 나풀거리는구나.

아버지 입 속으로 복이 들어가는구나.

아버지 눈썹이 휘날리는구나.

아버지 볼이 발그레 환하구나.

아버지가 나를 보고 웃고 계시구나.


다음엔 우리 엄마 얼굴 그려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