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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신문을 왜 만드는가?

간천(澗泉) naganchun 2018. 3. 25. 18:26

신문을 왜 만드는가?

-영화 ‘더 포스트’와 ‘스포트라이트’ 단순 비교 감상문-




거대한 용오름처럼 윤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경이롭게 진행되는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생각을 한 영화가 ‘더 포스트(The Post, 2018)’이다. 1970년대 초 미국의 베트남전쟁의 비밀을 폭로하기 위한 신문사들의 노력을 그린 이야기이다. 워싱턴포스트지는 경쟁사인 뉴욕타임즈의 신문 게재 현황을 파악하고, 백악관의 견제를 받아가면서도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신문이 발간되고 세상에 나오는 모습이 그려진다. 신문사를 무대로 한 영화는 많이 있다. 사건의 핵심 이슈를 까발리는 기자들의 집요하고 용기 있는 활약상이 주로 담기곤 한다. 신문사의 정의로운 모습이 그려진 영화에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 ’라는 영화도 있다. 이 영화는 주로 사건을 포착하고 그 사건의 핵심을 찾아내기 까지 지난한 과정이 있지만 그 취재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더 포스트’에서는 기사를 취재하기 위하여 편집자가 어떤 사건에 중점을 둘 것인지 누구에게 취재를 맡길 것인지, 그 기사를 왜 세상에 나오게 해야 하는지를 심사숙고하고 경영진에의 발간을 결심하도록 결단을 촉구하는 신념을 가진 편집장, 회사의 존폐가 걸린 사안에서 용기 있게 정의를 위하여 대처하는 경영자의 모습과 고뇌, 취재 증거의 확보를 하기 위한 취재진들의 인내와 노력, 신문 기사의 주 제보자를 보호하려는 기자들의 모습, 기사를 논리적으로 작성해나가는 집단 지성들의 공동 작업들, 그 기사 원고를 다시 다듬고 솔깃하고 중심적인 헤드라인을 집중해서 뽑아내는 편집부의 편집 주간, 기사를 송고하는 시스템, 송고된 기사를 최종적으로 활자화하는 과정, 그 당시에는 컴퓨터가 없었던 시기여서 타이핑 기계로 활자를 찍어서 신문 판을 짜는 모습 등이 시간을 다투며 전개된다.


다른 영화에서는 주로 다루지 않았던 것은 기사가 송고되어 나오기를 기다리는 하부 조직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윤전기를 돌리는 기사들, 거대한 용오름처럼 거대한 공간의 위로 솟구치듯이 윤전기가 돌아가는 모습, 윤전기에서 뿜어져 나와서 차례 차례로 연결되어 쏟아져 나오는 신문. 그 이어진 컨베어 벨트 위를 물 흐르듯 매끄럽게 미끄러지는 신문들 중간 중간 꺼내서 확인하는 사람들, 그 신문을 몇 십 부씩 묶고 트럭에 실어서 각 판매 거점으로 운송하기 위한 트럭들의 행렬, 파란 새벽 어스름에 거리 어귀에서 각각의 도시 가로 매대에 진열되는 신문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기자들과 사람들.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오자 바로 고소를 하기 위한 대응을 하는 상대방의 모습들, 재판과정, 그리고 다시 신문이 나오고. 이런 일련의 과정이 숨 가쁘다.


2018년 지금의 신문 발행 상황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모습들도 보인다. ‘종이 신문이 필요한가’ 와 같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작금의 인터넷 스마트 세상. 지금 더욱 중요하게 문의되어지는 것은 바로 ‘신문을 왜 발행하는가’이다.


신문은 아주 근본적인 콘텐츠이다. 거기서 모든 것이 출발하는 역사의 원본이다. 기자들뿐만이 아닌 이해관계자들의 공동작품이다. 기사가 전해지고 보여지는 모습은 변해도 세상에 알려져야 하는 '실제적 사실‘을 아로새긴 신문은 어떤 형태로든 지속되는 양식일 것 같다. <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