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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일일이 - 진심 택배 -

간천(澗泉) naganchun 2018. 4. 15. 16:27

    일일이

- 진심 택배 -




아무리 과학이나 인공지능이나 컴퓨터가 발달한다 해도 그들이 못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택배(물류)라고 했다. 많은 것이 컴퓨터가 다 처리해준다 하더라도 꼭 사람 손으로 해야 하는 일 말이다. 나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물류’ 만은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


뭐 최근에야 ‘드론’이라는 것으로 무인 수송을 한다거나, 낙도 오지에 드론을 띄워서 물건을 배달하기도 한다지만. 그래도 아직 사람에서 사람으로 나르는 ‘물류’는 앞으로 없어지지 않을 직업군일 것이다.


물건을 나르는 일은 우리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하대 시 하는 경향이 있었다. 물건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시켜서 돈을 버는 일, 이문을 남기는 일에 대해서 ‘그게 무슨 대단한 비즈니스냐?!’하고 하찮게 생각했던 것 같다. 195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아도 그렇다. 물류업이나 유통업에 종사하는 일이 산업의 근간을 이룸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이나 지식산업에 비해서는 좋은 직업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물류업을 한 사람들이 많다.


어디 소포라도 보낼라치면 보내는 마음과 받는 마음이 이렇게 하나로 뭉쳐지는 경우는 없다. 물론 좋은 취지가 아닌 경우에 보내고 받는 경우는 별도로 하고 말이다.


가령,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지역산물을 도시의 자식들에게 보내기로 한다. 그러면 보낼 물건을 준비하고 담을 용기를 준비한다. 스치로폴 박스이든 단보루 박스이든 보내고자 하는 물건이 넉넉히 들어갈 크기의 포장용기를 준비한다. 그리고 그 안에 차곡차곡 정성을 담고 밀봉을 한다. 그리고 우체국으로 끙끙거리며 끌고 가서 우체국 문 열자마자 등기를 부친다. 그리고 보냈다고 자식에게 전화로 알린다. 자식은 몇 일전부터 소포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기다리다가 ‘출발 싸인’과 함께 현실적인 기다림 작업을 한다. 그리고 우체국 택배 아저씨가 무겁게 배달하고 전달 받고 포장을 풀고 저장을 하고 그리고 바로 먹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은 단 하루나 이틀사이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의 고향음식 배달의 경우에는 그렇다. 부모님이 약 2주일 전부터 마음을 먹고 물건을 준비한다. 하나하나 어머니의 저장처에 잘 모셔두었다가 짐을 꾸리는 작업까지. 그리고 받을 자식이 그 물건을 잘 받아서 풀고 좋아하고 식생활에 활용되어지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기다림이고 마음과 마음의 교류이다.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으로 물건을 주문한 사람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다. 주문한 물건이 배송되는 것을 기다린다. 오죽하면 퀵 배송, 빠른 배송, 당일 배송을 내걸고 물류회사들이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겠는가 말이다. 너무나 빨리 가지고 싶은 마음, 받고 싶은 마음들을 다독이기 위해서이다. 물론 회사의 수익창출을 위해서이기는 하지만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만은 확실하지 않은가.


물론 여러 가지 문제나 애로사항들도 많지만 좋은 면을 들여다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집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전용 택배실, 택배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 택배아저씨들의 ‘언제 배달이 된다. 집에 있어라’ ‘집에 없다면 언제 배달하면 좋겠는가?’ 등의 친절한 문자 서비스, 군말 없이 짜증내지 않고 처리해주는 ‘반품 서비스’ 등등 우리는 너무도 고마운 혜택 속에 있다.


어떤 사람은 그런 택배가 고마워서 문 앞에 생수병을 쌓아두고 ‘목이 마르니 하나씩 가지고 가서 드시라’고 하는 친절한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 않은가.

물건의 이동 없이는 하루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없는 세상에 우리가 있다. 최근 어느 지역의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관련 문제꺼리가 생겨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