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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시끄러운 도서관

간천(澗泉) naganchun 2019. 3. 30. 08:50

                    시끄러운 도서관




어떤 지혜로운 사람의 생각인지 참 기분좋은 소식이 있다.


  ‘시끄러운 도서관’이 오픈한다고 한다. 그저 조용하게,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살살 움직이고, 책장 넘기는 것도 조심스럽게 하는 그런 도서관이 아니란다. 궁금하면 질문도 하고 서로 대화도 나누고 자연스럽게 나는 소리를 애써 차단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도서관이란다. 그전까지의 도서관은 ‘합죽이가 됩시다’ 였다.


이 도서관은 발달장애나 경계성 지능(지능지수 85 안팎) 장애인 같이 ‘느린 학습자’를 위한 ‘시끄러운 도서관’이란다. 느린 학습자는 발달장애인에 경계성 지능 장애인을 더한 개념인데, 느린 학습자는 도서관의 기존 자료나 서비스를 사용하기 어렵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엇인가를 표현하려고 할 때 신체적 소리가 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자유롭게 남을 신경쓰지 않고 그야말로 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단다.

시끄러워도 괜찮은, '느린 학습자' 위한 참 좋은 도서관이다.


요즘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도 기획서를 쓴다거나 중요한 자료를 검토하거나 할 때 시끌벅적한 커피숍에서 일을 해야 잘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런 경험을 많이 해보았다. 대중 속의 고요를 만끽하는 경우 말이다. 커피숍에서 업무를 본 적이 있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고 자기가 해야 할 자료 검토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 반드시 조용해야 공부가 잘되고 집중이 되는 것만도 아닌 것이다. 그야 사람들의 성향이나 습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도서관으로 알려져 있는 유대인의 도서관 예시바도 있다. 예시바에서 유태인들은 책도 읽고, 그 책에 대해 질문도 하고,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한다.

그렇다면 반드시 정숙을 약속하는 기존 도서관도 좋지만, 일반인들도 이용 가능한 예시바와 같은 시끄러운 도서관도 필요하다.



집안에서 아이들 공부를 우선시한답시고, 남편 퇴근해서 돌아왔는데도 남편을 향해서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 !! !, 애가 공부중이에요!’ 라고 한단다. 아이들 공부하는 거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건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아버지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아이들은 인사를 하는 것이 좋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인성교육이니까 말이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있는데 아이가 다른 손님들 신경 쓰이게 짜증부리고 식당 안을 돌아다니고 시끄럽게 장난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은 보기에 안쓰럽다.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부모가 자기 아이를 너무 야단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 ‘아이 가정교육 어떻게 시키는거야!’라고 수군거리는 것에 신경쓰이기도 해서인지,  부모 스스로가 안절 부절이다.

 그런 공공장소에서는 에티켓을 가르친답시고 훈육을 하는 것이겠지만, 아이들의 자존심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때는 아이 자신은 몰라도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도 있다.


이야기가 다방면으로 번져버렸지만, 도서관이라고 꼭 ‘침묵’ ‘Quite!!' 를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색다르다.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삶이 있는 시끄러운 도서관으로 한 번 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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