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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말재주,『논어』에서 이삭줍기

간천(澗泉) naganchun 2019. 3. 18. 03:56



말재주,논어에서 이삭줍기 

 

 

   한때 정치가들의 <막말>이 화제가 되어서 언론이나 방송은 물론 공인으로서의 공적인 연설에서 막말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막말>이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1,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 2, 뒤에 여유를 두지 않고 잘라서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요컨대 <막말>이란 소위 육두문자라 일컬어지는 저속하고 품격이 낮은 말이나,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나는 1980년대 초반 국회의 요직에 있던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사람과 함께 근무한 일이 있다. 처음에는 그도 말이 거칠고 저속한 느낌이 드는 말투를 자주 사용하였다. 그가 하는 말로는 정치가들 주변에서는 얌전한 말씨를 쓰고서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했다. 당시 국회의원 곧 정치가들은 한마디 말로써 상대를 압도할 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위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효를 노리고 한다는 말이 막말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평상시에 주고받는 말씨는 고와야 하고 얌전해야 한다. 그러나 감정이 격해지거나 대하기 어려운 상대 앞에서는 말씨는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이 상례일 것이다.

 

   이제 논어에서 자공(子貢)의 말재주를 이삭줍기 해보고자 한다.

자공은 말재주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공자의 제자로서 노나라의 외교관으로도 활동하여 이름을 날린 사람이다.

공자님처럼 훌륭하신 분이 어째서 벼슬을 하지 않으실까 하여, 벼슬하고 싶으신지 어떤지를 알고 싶으나 존경하는 스승님께 바로 말할 수가 없어서, 비유하여 말하였다.

여기에 귀한 보석이 있다면 선생님께서는 그것을 상자에 넣어서 소중히 간직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좋은 값을 받고 파시겠습니까?”하고 여쭈었다.

벼슬을 하고 싶어 하시는 공자님은 내가 표주박이냐 달아매 놓기만 하고 먹지 않을 수 없지 않으냐.”(논어 양화)하고

벼슬하고 싶다는 뜻을 말하기도 하였다 한다.

어느 날 제()나라 경공(景公)이 자공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를 스승으로 삼고 있는가?” 자공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중니(仲尼=공자)가 저의 스승님이십니다.”하고 말했다.

다시 경공이 자공에게 묻기를 중니는 훌륭하신가?” 하고 묻자 곧 대답하여 말하기를 훌륭하십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자 경공이 다시 되묻기를 어느 정도로 훌륭하신가?” 하고 묻자 자공은 저는 모릅니다.” 하고 대답했다. 경공은 이상하게 여겨서 당신은 중니가 훌륭하다고 하면서 그 훌륭함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고 하니 어쩐 말인가?” 하고 말했다. 그러자 자공이 말하기를 사람들은 누구나 모두 하늘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중니의 훌륭함을 알고 있지만 하늘의 높이가 어떤 것인지 하고 묻는다면 모두 모른다고 대답하겠지요. 나는 중니의 훌륭함을 알고 있지만 그 훌륭함이 어떤 것인지는 모릅니다.”(설원). 하고 공자의 훌륭함을 하늘에 비유하여 대답했다.

또 어느 날 노나라의 대부인 숙손무숙(叔孫武叔=노나라의 대부)자공은 공자보다 뛰어나다.” 고 평하였다는 것을 노나라의 대부인 자복경백(子服景伯=노나라의 대부)이 자공에게 전하였다.

자공은 집 울타리에 비유하면서 말하기를 나의 집 벽의 높이는 어깨 높이 정도이겠지요. 그러니까 집 안의 말쑥함을 엿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스승님 댁의 벽의 높이는 너무 높아서 문 안에 들어가서 보지 않으면 그 안의 훌륭한 건물이나 하인들의 모습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숙손무숙이 그렇게 말한 것은 무리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논어 자장) 하고 그럴 사한 예를 들어 공자가 뛰어나다는 것을 표현했다.

숙손무숙이 공자를 비방하고 다니며 공자의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을 훼방 놓으려 하였다. “그러지 마라. 다른 사람의 훌륭함은 그 높이가 언덕과 같아서 뛰어 넘고 짓밟을 수 있다. 그러나 중니의 훌륭함은 해와 달 같은 수준이다. 사람들이 제아무리 애써도 밟아서 뛰어넘을 수 없다. 아무리 그분의 가르침을 끊으려 하여도 어찌 해와 달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단 말이냐. 오히려 자신이 무지와 아량이 좁음을 드러낼 뿐이다.”(논어 자장)하고 공자의 훌륭함을 해와 달에 비유하고 있다.

한편 군자는 말 한마디로 지혜롭다는 평가를 받고 또한 말 한마디로 지혜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말이란 삼가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언불가불신야/言不可不愼也)”(논어 자장)고 하기도 하고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 하여 말을 실수하면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로도 좇을 수 없다.”(논어 안연)고 하여 말을 실수하면 도로 담을 수 없다고도 말한다.


   자공의 말재주는 비유적 표현을 알맞게 사용하는 재주였던 듯하다. 공자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자기 스승인 공자님은 하늘의 해와 달과 같다는 식의 말재주이다. 말재주가 좋으면 말로 인한 화를 당하는 수가 있을 수 있어서 공자님한테서 남을 비판한다는 꾸중을 듣기도 하였다.

행동은 민첩히 하되 말은 조심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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