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펙트 알바’ (존경하는 알바님)
아~주 오래전에 ‘절벽산책’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미국의 어느 대학교 교수가 어느날 일자리를 잃게 된다. 여러 대학에 강의 자리를 알아보지만 몇 년간 새로운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전문직이고 누구나가 존경하는 교수라는 직업이었는데 말이다.
교수였던 그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지금까지 해 왔던 분야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사회적으로 지위를 가지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가족의 생계를 꾸리는 일에 위기가 찾아왔고 매일의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 된다.
그래서 그는 ‘목수’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도시를 떠나서 어느 한적한 작은 마을에서 목수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최소한의 돈으로 살아가는 일을 익혀나가고 자연을 벗삼아 산책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족을 돌보면서 삶의 스타일이 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 생활의 변화 과정을 담담하게 글로 정리한 것이 ‘절벽산책’이라는 책이다.
그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설마 이런 지경까지 이르는 사회가 올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어느 직업도 직장도 안심할 수 없다. 정년도 빨라지고 조기 퇴직에 권고 퇴직에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고, 일자리를 가져도 오래 견디지 못하고 전직을 하고.
아르바이트만 여러 가지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프리터족’이 흔한 일이 된 세상이다.
정규적인 일을 가지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프리랜서’라고 하는 듣기 좋은 명찰 대신에 하루의 시간을 분할해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반적인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간다는 취지이겠지만, 회사에 취직이 되지 않아서, 살아가려다 보니 그렇게 꾸려나가게 되는 방식이 생겨난 것이기도 하다.
‘리스펙트 알바’ 라는 광고가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의 일을 존중했으면 하고, 아르바이트를 대하는 타인들이나 사회의 시선도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광고인 듯 하다. 젊은이의 취향에 맞게 꽤 설득력 있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중저가화장품가게에서 일하는 젊은이다. 수많은 립스틱이 진열되어 있는 가운데서 00핑크를 바로 골라낼 수 있는가? ‘나는 한다!. ‘
’누가 이렇게 절묘하게 잘 찾아내겠는가, 여기서 숙달하니까 된다. 알바라고 우습게 보지마세요!’ 라는 느낌이다.
고객들이 원하거나 어울리는 그 색을 바로 바로 추천해줄 수 있는 능력을 어필하는 것이다.
달인의 경지다. 해당 자리에서 숙달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색조에도 다양한 이름들이 있다. 색 이름 체계에는 색조에 따른 형용사로 색을 구분하게 되어 있다.
그 광고에 소재로 나온 아르바이트생은 이미 ‘컬러 코디네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프로가 된 것이다. 고객들에게 어울리는 색상을 찾아주는 전문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보통 직장에 다니는 정규직이라고 해서 모두 전문가가 아니듯이, 이렇게 하나의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성실하게 임하면 존경받을 직업인이라는 느낌이 와 닿았다.
리스펙트 (respect) 존경. 경의란 뜻이다. 무엇이 존경의 대상인가?
기존의 틀이나 사고의 틀 안에서 생각해서는 고루한 의미로 머무르게 될 것이다.
이제 존경이란 속성으로 성과를 만들어 내려고 안달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반복으로 하나라도 정성으로 임하는 과정에서 쌓여가는 내공과 노하우로 달성되어가는 가치, 그것을 해내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헌사’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사회적 지위를 가지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 가장 걸림돌이 바로 ‘존경’ 받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내가 왕년에 이런 자리에 있었는데... 하면서 일자리에 차별화를 스스로 메긴다. 그러면서 나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을 해서 지식을 사용하는 일자리에 앉아보고자 한다. '폼 나는' 일자리를 원한다.
그러나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에는 예전과 같이 책상에 앉아서 정시에 출퇴근하고 내노라하는 편한 일자리는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빨리 인식하는 것이 좋다.
목표로 해야 할 것은 ‘리스펙트 알바’ 혹은 ‘리스펙트 파트타임’이다.
수 많은 색깔에서 아주 고객이 원하는 바로 그 색을 쏙쏙 찾아 주는 알바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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