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눈 내리는 날에
공연이 끝나고
묵직한 커튼이 내려지는 느낌이다
짙어지는 무게감이 묵직하다
차분하다
소음 모두 숨을 삼키고
긴장되고 밀착되는 것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수묵화 먹물이 화선지에 닿으면서 짙음에서 옅음으로
수채화 물감을 묻힌 붓이 가는 뱡향 따라
서서히 아른 하게 고운 색깔로 색의 분해되며 번지듯이
눈의 전령들이 하강하는 사전의식이다
도시는 이런 저런 제 색깔을 지니던 것이
겨울이라고 그나마 회색이기는 했지만
눈이 내리면서
더욱 더 색들을 삼킨 공기는 자욱해지고 촘촘해진다
안개처럼 모든 공간을 메운다
앙상하던 도시가 이내
참하고 담담한 수묵화로 펼쳐진다
고즈넉하다
하염없이 시속 1킬로미터도 안 되는 느림이다
서서히 내려오는 눈송이 따라
내 시야에 들어오는 만큼 풍경을 한가득 눈에 담고
마냥 지긋이 바라본다
그 어느 나무 가지나, 손바닥을 펼친 나뭇잎 위에나
지붕위에나 우리들 머리카락 위로
입을 벌리면 입속으로
그도 아닌, 더욱 깊숙이 내려가야 하는 눈송이들은
지면으로 지면으로 내려 앉는다
사뿐하지만 숙연하다
모처럼 눈이 내리는 날은
하루 종일 이 광경만 지켜보고 싶다
'단상 > 월요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 구름이 제대로 보이네 (0) | 2019.03.10 |
---|---|
리스펙트 알바’ (존경하는 알바님) (0) | 2019.02.24 |
아버지 철학자 (0) | 2019.02.10 |
지팡이 유감 (0) | 2019.01.28 |
문패 (0) | 2019.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