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단상/월요단상

문패

간천(澗泉) naganchun 2019. 1. 20. 06:47

문패



지금은 없고 예전에는 있었던 사물들, 혹은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종종 생각난다.

그 중에 하나가 문패이다. 단독주택에는 대문 기둥에 그 집에 사는 주인의 이름 석 자가 한자 혹은 한글로 적힌 직사각형의 문패가 달려 있다. 지금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름보다는 주소가 적힌 푯말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일본에는 지금도 가장의 이름뿐만 아니라 그곳에 거주하는 가족 구성원의 이름까지 표기해서 내거는 집도 많다.

상상만 해도 무서운 일 같다.


아파트와 같은 집단 거주지가 늘어나면서 그곳 역시 동 호수, 지번으로만 표시되어질 뿐 그 곳에 누가 사는지는 굳이 알리지 않는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상이 무서워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서 개인신상정보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익명성 뒤에서 안전을 보호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함자가 또렷하게 각인된 나무 문패가 생각난다. 지금도 아버지는 그 문패를 보관하고 계실 것이다. 그 문패를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가서 대가족이 살았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티격태격 밥상에 옹기종기.

가장을 중심으로 할머니 어머니 사촌동생 언니 오빠 동생들, 그리고 옆 방에 세 들어 살던 가족들도 함께 하던 그런 시간들.

그렇다. 지나간 것들 사라지는 것들에는 이렇게 감상적이 된다.


풍족하지 않았던 기억에 쓸쓸하기도 했지만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

그 때는 빨리 각자 독립해서 단촐하게 살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던 시기였는데, 문패가 방패되어 우리를 보호하던 때였음을 잊고 있었다.


사물이란 무엇인가.

사물은 우리 인간들의 생활을 어떻게 대변하고 있는 것인가.

사라져가는 것들을 무심코 흘려보내는 와중에, 불현듯 잠시 그 사물들에 대해 추억 해 본다. 그리고 시간을 함께 해 왔던 그 물건들에게 ‘고마움’도 더불어 느껴본다.


'단상 > 월요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 철학자  (0) 2019.02.10
지팡이 유감  (0) 2019.01.28
2019년은 더욱 좋은 해이기를!!  (0) 2018.12.30
종이 사전들의 末路 (말로) ?  (0) 2018.12.17
'군대리아 특식'과 노부부의 식판   (0) 2018.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