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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사전들의 末路 (말로) ?

간천(澗泉) naganchun 2018. 12. 17. 06:45

종이 사전들의 末路 (말로) ?




 책장 앞에서 가만히 책장을 바라본다. 이런 저런 사전들이 서가를 한 가득 차지하고 있다.


이제 사전을 꺼내서 보는 일이 거의 없다. 인터넷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전들은 물리적 공간을 다량 확보하고 있다.

책상위에 여기 저기 가득 쌓아 올려져 적당한 거처를 찾지 못한 책들에게 공간을 할애하고자 책장 정리를 했다. 책장의 여러 칸을 차지하고 있던 사전들을 모두 꺼내 한 곳에 모아 보았다.


그 동안에도 이사하면서 여려 차례 사전을 정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보관해 온 사전들이다. 영어사전만 해도 몇 권이나 된다. 두꺼운 것에서 얇고 휴대 가능한 작은 것까지. 한영사전에다 영한사전. 관심 있던 그 외 나라의 언어를 다룬 사전들. 한자를 위해서는 옥편, 한자읽기 사전, 일본어사전, 한한사전. 그리고 수 권 시리즈로 이어지는 백과사전 등등 다양하고 그 부피도 크다.


어려운 어휘가 등장하는 전공 서적을 공부하는 학생들 이외에도 사전을 참고하는 사람들과 직업은 다양하다.

번역을 하는 사람에게 사전은 필수다. 영어와 같은 경우 스펠을 치면 되지만, 일본서적 번역에서는 조금 다르다. 읽는 법이 까다로운 한자가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읽는 법을 모르는 한자의 경우에는 조금 번거롭다. 그런 한자는 잘게 쪼개서 획으로 찾아 들어 가서 그 글자의 전체 읽기와 뜻을 파악해야 한다. 획이 길잡이가 되는데 종이로 된 사전으로는 그것을 찾아 들어가는 절차가 익숙하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어려운 한자를 찾는 과정은 조금 번거롭다.


도서관 열람실에 가 보면 종이 사전을 무겁게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인터넷 사전이 쉽게 빠르게 사용되고 있다. 번역도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 등 자동번역이 가능하다.


한 가득 쌓아올린 사전을 바라본다.

이 사전들을 어찌하나.

계속 가지고 있을까, 아니면 처분하나.

심심할 때 한 장씩 들춰보면서 낱말 공부, 어학공부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휴대폰을 보지 않기 위해서 화장실에 사전을 비치해보면 어떨까. 손이 가는 곳곳에 두고 가끔 들춰보면 어떨까. 하는 이러 저런 활용 방안을 고려해 본다.

문화 발전의 기본 토양이 되는 사전이라는 감촉을 놓고 싶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인터넷 사전 이용이 늘면서 종이사전을 쓰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인터넷과 전자사전은 기존 종이사전 내용을 디지털화해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도 사라지고 있을까.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이 없다면 인터넷 사전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전에 담기는 내용은 시대에 따라 생성되고 사라지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편찬과 개정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어학사전이든 백과사전이든 계속 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꼭 그 과정을 지키고 유지관리 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사전을 만드는 일이야 내가 할 수 없지만 내가 소장한 이 사전들이나마 지켜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책장으로 도로 진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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