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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나무를 만지면 ······

간천(澗泉) naganchun 2018. 12. 3. 07:39

나무를 만지면 ······

(wood job에 대한 단상)




나무를 만지면 힘을 얻는다.


할아버지와 낚시를 갔던 초등학생 어린 손자가 숲길을 헐레벌떡 달려간다. 갑자기 심장 발작을 일으킨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사람을 부르러 마을로 뛰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뛰어도 뛰어도 마을은 멀기만 하고 힘에 부친다. 그러던 중, 잠시 멈춰서서는 큰 나무 기둥에 두 손을 대고 잠시 눈을 감는다. 깊게 쉼 호흡을 한다. 그리고 다시 뛰어나서 사람들을 불러오고 할아버지는 회복을 하게 된다. 이것은 ‘생명’이라는 일본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아이는 마음이 힘들 때 나무를 만지면 힘을 얻게 된다는 엄마의 말을 기억해내고 이렇게 한 것이다. 나무와 숲은 사람들에게 정말로 힘을 주는 자양강장제다.


나무에서 힘을 얻는 장면이 나오는 프랑스 영화 ‘제8요일’. 식물을 만지면 식물이 된다고 생각하는 순수한 다운증후군 청년이 주인공이다. 보는 내내 아름다운 마음이 되는 힐링 영화들이다. (물론 이 외에도 많겠지만)


나무로 만든 생활용품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 눈이 가고 손이 간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나무 생활용품 중에 나무젓가락이 있다.

나무 제품 사용이 많은 일본에서는 ‘마이 하시’라고 해서 직장인들이 자신의 젓가락을 젓가락 통에 넣어서 휴대하는 ‘휴대용 젓가락’을 말한다. 점심시간에, 저녁 회식자리에서 흔하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일회용 나무 젓가락 대신에 자신의 젓가락을 휴대해서 자원을 절약한다는 취지인 듯 하다.


드라마 ‘생명’에서는 나무젓가락 한 쪽이 땅에 떨어지자 그것을 주워서 다시 이용하려는 사람에게 현지인이 이렇게 말한다. ‘나무젓가락은 나무젓가락으로 사용되어지지 않으면 쓸모없는 나무이다’라고. 일본은 아무래도 나무가 흔한 것 같다. 그렇다고 나무나 숲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소중하게 가꾸고 보호해 온 덕분에 숲이 매우 울창하다는 점이 그런 여유로움을 낳는 것인가 보다.


나무젓가락은 하얗게 하기 위해 표백제 등을 사용 한다 해서 사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럼에도 나무젓가락을 아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음식을 포장해 오는 경우에는 젓가락은 받아오지 않곤 했었다. 거기에는 내가 젓가락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생각, 나무를 아낀다는 생각과 표백제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중국제 나무젓가락을 집에 들여놓고 싶지 않다는 나의 이중심리가 작용한다. 

 

나무 용품 사용이 많은 일본인들이 나무젓가락에 대해서 ‘그렇게라도 쓰여 져야 하니 나무젓가락 하나 땅에 떨어졌다고 해서 그다지 애석해 할 필요 없다’는 식의 생각과 일회용 젓가락 사용을 자제해서 자원낭비를 줄이려는 ‘마이 하시’ 생각과는 언듯보기에 이율배반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순간 조금 혼돈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 나무는 가꾸고 키워야만 하는 것으로 알았지 베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는데, 일본은 삼림이 울창해서 그런지 나무를 자꾸 베어 주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숲 곳곳의 나무를 베어주어야 나무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있는 것이겠다. 그리고 다시 어린 나무를 심는 일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숲 가꾸기에 한창인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화이다.


일본 영화에 삼림업을 다룬 영화가 있다. 제목도 ‘우드잡 (wood job)'이다.

산촌에 들어간 취준생이 그곳 삼림조합에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숲을 보호하는 일, 대자연의 혜택인 나무를 잘 다듬어서 필요한 목재로 만드는 과정, 숲의 산물을 채취하는 모습, 그리고 그 지역 풍요를 기원하는 토속 기원제 등을 볼 수 있다.


보는 내내 삼나무 향이 퍼지면서 피톤치드 효과를 만끽할 수 있는 상쾌한 영화들을 보다 보면, 

'숲과 함께 살아가는 일'과 '삼림 산업'에 대한 로망을 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