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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마라톤 지나간 자리에서

간천(澗泉) naganchun 2019. 3. 19. 10:03

마라톤 지나간 자리에서



3월 17일에는 서울국제마라톤이 있었다. 나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

새벽부터 달리기 위해서 여기저기서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외국에서도 많이 온다고 한다. 각각 무리를 지어서 준비 체조를 한다. 저 위에서는 대형 드론이 듬직하게 움직인다.

낮에는 기온이 올라간다고는 했지만 아침에는 추웠다. 마라톤 복장으로 갈아입고서는 가지고 온 외투 및 소지품을 보관해야 한다. 그래서 짐을 맡기고 나면 춥기 때문에 비닐 우비라던가 위에 걸쳐서 입고 달리다가 버릴 수 있는 옷가지들을 걸치고 있다. 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고 썬 글라스를 하고, 팔 토시를 하고 근육 뭉치지 않게 테이프를 종아리와 허벅지에 붙이고, 파스를 뿌리고, 간이화장실에 줄을 서고, 출발 전 사진을 찍고, 동아리들끼리 모여서 파이팅을 외치고, 주최 측이 마련한 스피커에서는 굉장한 음악이 쩌렁 쩌렁 울려 퍼진다.



매우 기록이 좋은 잘 달리는 선수들이 맨 앞에서 출발하고, 아마추어여도 굉장히 잘 달리는 사람들이 그 뒤를 달린다. 42.195킬로미터를 3시간대 3시간 반, 4시간 등등 각자의 이전 기록에 따라 A B C D E 로 정해진 배번을 달고 각각의 출발 위치에서 종종 종종 제자리 뛰기를 하면서 몸을 다독인다.

8시 출발이다. 3만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봇물 처지듯이 달려 나간다. 골인 지점인 잠실종합구장을 향해서.


나는 이 무리들이 모두 지나간 다음에 이 광장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모두가 출발 지점을 나간 뒤까지 커피 마시면서 기다려 보았다.




그러자 행사를 위해서 세웠던 장치들이 서서히 치워지고, 경찰 무리들이 가로변에 세웠던 가림막 들을 수거해서 트럭에 차곡차곡 싣는다. 이곳저곳에서 커다란 비닐봉지와 비를 든 환경미화원들이 곳곳에서 바닥 쓰레기를 줍고 정리를 한다. 조금 지나자 대형 탱크를 가진 차가 와서 도로에 물을 뿌리면서 서서히 쓸고 지나간다. 수만 명이 우글거리던 그 광장은 휴일의 조용한 곳으로 탈바꿈한다. 도로는 깨끗하게 물청소가 되고 가지런히 정돈이 되어 간다. 그리고 한 참 지나서 10시 경 정도가 되자 광장 양 쪽 차선으로 차들이 지나간다. 교통 통제가 풀린다.


마라토너들은 지금쯤 어디를 달리고 있을까. 남대문 지나, 을지로를 왔다갔다 동대문 역사박물관 있는 곳까지 갔다 돌아와서 청계천 거리를 지나 동묘 까지 가서 다시 광교를 지나 종각 모퉁이를 돌고 있을 것이다.



종각에는 자전거를 타고 율동을 하는 사람들과 북치고 꾕과리 소리에 잔치 분위기다. 이렇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힘이 날 것이다.

나는 광화문 광장에서 종각까지 걸어가서 종각 모퉁이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박수를 치다가 다시 잠실로 향했다. 전철 안에도 마라톤을 뛰다가 중간에 포기한 사람이거나 릴레이 코스에서 자신의 코스를 달린 후 전철을 타고 잠실로 향하는 사람 등 서울은 온통 마라톤 행사 흔적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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