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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셰익스피어와 하인

간천(澗泉) naganchun 2013. 4. 15. 06:08

 

셰익스피어와 하인

 

 

 

 

셰익스피어의 하인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셰익스피어가 만난 어느 한 하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셰익스피어에게 감동을 준 하인 말이다.

셰익스피어가 어느 날 친한 친구의 저택을 방문했다. 친구에게 미리 방문한다는 전갈을 주지 않고 불쑥 방문한 터여서 주인인 친구는 집을 비우고 있었다.

그 집 하인은 자기 주인의 친구인, 그리고 당대의 유명한 작가인 셰익스피어를 알아보고 정중히 인사드리고 "주인은 멀리 가지 않아서 잠시 후에는 돌아오신다." 고 이야기하고 극진히 응접실로 안내한다. 간단한 다과를 내 놓은 다음에 하인은 자리를 뜬다.

응접실에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려던 셰익스피어가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그는 숨을 멈추고 어느 광경을 몰래 지켜본다.

하인이 커다란 식탁이 있는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부지런히 바닥을 딱고 있는 모습이다. 식탁을 옆으로 밀어내고 그 밑에 깔린 카펫을 걷어 올리고 바닥을 정성껏 문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하인은 셰익스피어가 보고 있는 줄 모른다. 그런데도 땀을 흘리며 열심히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셰익스피어는 감동을 받는다. 그 바닥에 누가 카펫을 들추어서 먼지를 확인하지도 않을 터인데 그 하인은 그 바닥까지 쓸고 닦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가 할 바를 묵묵히 하는 하인을 보니 숙연해지는 것이었다. 그런 하인을 둔 친구가 부럽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요즘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러쿵 저러쿵 험담을 듣게 된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가 악덕 지주이자 고리대금업자였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고 한다. 한 대학 연구팀이 당시의 법원과 세무 기록을 살핀 결과, 셰익스피어는 고향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의 대지주였으며 오랫동안 곡물을 매점매석하고 고리대금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내용이다. 1598년 2월의 법원 기록이라고 한다.(한국일보 2013.4.3일자)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 시인 겸 극작가인 셰익스피어.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모습이다. 그는 평생을 연극인으로서 충실하게 보냈으며, 자신이 속해 있던 극단을 위해서도 전력을 다했다. 주요 작품에는 《로미오와 줄리엣》,《베니스의 상인》,《햄릿》,《맥베스》등이 있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다양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한 위대한 인물을 나중에 나타난 단편적인 이야기로 전체를 싸잡아 깔아 뭉개려는 의도처럼 보일수도 있어서 속이 편치 않지만, 한 편으로는 새로운 시각으로 인물을 접하려는 진중한 시도 같기도 하다.

나는 셰익스피어가 그 하인을 보고 진정 마음으로 감동을 느끼고 그 하인의 정성스런 마음을 알아 준 것으로 보아 그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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