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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산책길에서 상추를 사다

간천(澗泉) naganchun 2018. 6. 17. 16:01

      


운동을 겸한 산책로에는 한 쪽으로는 텃밭처럼 밭이 가늘고 길게 조성되어 있다. 그곳에는 상추, 고추, 양파, 옥수수 등은 물론 조금 너른 곳에서는 작은 논밭도 있다.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경작을 하는 모양이다.


그 밭에서 바로 딴 야채를 조그만 소쿠리에 담아서 진열을 해 두고 있다. 그 밭의 주인으로 짐작되는 할머니가 소일삼아서 장사를 하는 듯하다. 그곳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한 두 바구니씩 담아 간다. 물건을 사면 담아주는 비닐도 준비되어 있는데, 할머니는 당신은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기 싫다면서 앉아있는 원두막에서 꼼짝하지 않고 시킨다. “저기 원두막 한 쪽 기둥에 묶여 있는 비닐꾸러미에서 비닐 한 장 떼어다가 담아가라”고 한다. 

 

야채의 값은 대강 천 원에서 이천 원 사이다. 어떤 때는 커다란 호박 한 개 천 원을 두 개에 천원에 주기도 하고, 진열된 야채가 다 떨어지면 바로 옆에 있는 밭에서 원하는 종목을 따다가 준다. 즉석에서 말이다. “오늘 저녁에 먹을 상추 조금하고 고추 조금만 주세요” “쪽파 한 움큼만 주세요” 라고 한다.  할머니는 담는 비닐은 손님보고 가져다가 담아가라고 하면서도, 상품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따러 가는 일은 힘들어하지 않고 따다가 준다고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나도 거기서 한 번 상추를 샀다. 바로 딴 것이다. 집에 가지고 와서 바로 씻어두는데 잎이 찢어질 정도로 너무 연해서 조심조심 살살 다루어야 했다. 싱싱한 상추다. 대형 마트에서 파는 상추가 150그램에 약 1600원 정도 하는데 이 정도 양에 1000원이다. 그다지 이득을 본 것도 아니고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다. 그래도 왠지 좋은 거래를 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주 소소한 고마운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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