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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노인생활 ③ 못되어지라!

간천(澗泉) naganchun 2018. 5. 14. 09:26

슬기로운 노인생활 ③ 못되어지라!



노후생활을 조언하는 책이나 글들을 보면 대부분이 노후를 여유롭게 지내기 위해서 저금을 해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취미를

가져야 하고 등등 노후에 대해서 이런 저런 대책이나 주장들을 하지만, ‘대략 노인’이 아닌 사람들이 전문가랍시고 말한다.

이런 말에 너무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노인에게 관심이 많은 관계로 골똘히 고민을 해 본다. 노인들이 진짜로 편하게 지낼 수 있기 위해서는

그들이 ‘못된 노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한 예를 들어 보자. 주변의 어떤 분을 보면, 그 분은 온갖 마음을 자식들에게 이야기한다. 자식들이 짜증내지 않을 정도로 하는

노우하우가 있는 듯하다. 슬하의 자식 모두가 가끔 뒤에서는 저들끼리 푸념도 하지만, 어머니의 요구사항에 완전 충성이다.

그 분은 자신의 요구 관철을 통해서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자식들에게 자신의 원하는 바를 제대로 알리는 것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발휘하여 자녀들이 적확하게 그 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소통’이기도 할 것이다.


자식을 위한 내리사랑은 하늘이 내린 은총이자 형벌이다. 그 사랑에는 꼼짝마! 인 우리 부모님들.

아이에게 부모들은 모든 상황에 대처하고 대기하고 전념한다. 그러나 아이처럼 돌봄이 필요한 부모들에게 자식들은 대~충이다.

자식들은 얼마나 이기적인가.


아이들과 노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이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있는 그대로 표출한다. 그러나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은 이것저것 생각하고 배려하느라 자신의 진짜 마음을 표출하지 못한다. 여기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한다. 서로 원하는 바를 간파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제, 노인이 된 부모들도 쫌 ‘뾰족’ ‘뾰족’ 해져야 한다.


물론 정말로 성질이 나쁜 노인들도 있겠지만 ‘못된 노인이 되라!’는 것은 노인들이 하고 싶은 말이나 감정을 잘 쏟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장을 해서 당신들의 이익을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주장도 하고 고집도 부리고 말이다. ‘꼰대’라고 요즘

세대들이 꺼려한다고 얌전하게 있는 어르신들, 참으면 병 된다.


많은 강의나 세미나나 시설에서는 노래하기, 작은 율동하기, 게임하기, 그림 그리기 등 매우 ‘얌전한 강의’가 많다. 즐겁게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쇠뇌한다. 그렇지만 나쁜 노인이 되라고 하는 강의는 없다.


‘못된 노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가 말이다? 내 자신이 조금이라도 나만을 생각해서 지낼 수 있는 유일한 그 시간. 너무 주변을

챙기지 말고 (어찌 그럴 수 있는가마는), 그럴 형편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마음이 자꾸 자손에게로 쏠리겠지만, 나는 아직 죽지 않았고, 나는 살아있다고 자각해야 한다.


못된 노인이 되는 방법은 일단 담대해져야 한다. 우리 노부부, 혹은 혼자라도 연대를 해서, 굳은 의지로 ‘좋은 노인, 인자한 노인’ 은

제쳐두고 못되게 굴어야 한다. 자식들이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하고, 자식들이 보낸 선물이 있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취향이 아니다, 이러 이러한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것이 요즘 당기는 구나, 등 자식들에게 조르기도 해 보아야 한다. 언제 그렇게 해 볼 수 있겠는가. 자식들 마음이나 형편만 생각하다가는 이 세상에 무슨 개성 있는 멋진 궤적을 남길 수 있겠는가. 아프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 혼자 해결하려는 것은 바보다.


‘나 꼴리는 대로 산다’ 라고 다짐해야 한다. 그러기 힘든 상황인 경우도 많겠지만 조금 자신의 형편이 된다면 ‘나’를 생각하자.

노인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는 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젊은이들에게만 포기하지마라, 용기를 내라고 한다. 노인들이라고 격려가 필요치 않다고 누가 말하는가. 왜 노인들은 참아야만 하는가, 왜 노인들은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왜 노인들은 갈 곳이 너무 없는가, 왜 노인들은 즐길거리가 없는가?


이제 못된 노인이 되어서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와 나의 나와바리’를 아로새기는 작업을 멋지게 하자.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각자의

형편에 따르겠지만 노인들은 스스로 못되어져야 즐겁게 살 수 있다.


* ‘어떤 형편에서든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은 노인에게도 적용된다‘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 글이 불편하셨거나 뭔 쓸데없는 소리라고 생각하신다면 너그러이 봐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