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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간천(澗泉) naganchun 2015. 1. 11. 18:10

    봄    

 

 

 

춘하추동에서 춘(春)을 우리말로는 ‘봄’이라고 한다. 봄은 볼 것으로 가득하다. 물론 모든 계절이 각양각색의 매력이 있다. 365일 보아야 할 것으로 가득찬 자연이고 세상이다. 그럼에도 유독 우리가 춘(春)을 ‘봄’이라는 순 우리말로 일컫는 이유는 무엇일까?

 

눈이 내리고 차디찬 공기에 견디기 위해 나무들은 색을 변색시키고 한껏 몸을 움추린다. 마치 죽은 듯이 자신들을 감춘다. 그러기를 몇 달을 한 뒤에 변신을 하게 된다. 그 변신을 하는 모양새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공기의 색깔 자체가 바뀌고 향기가 바뀐다.

그렇게 봄이어야 할 이유이다.

 

봄(見은) 바라봄, 지켜봄, 내다봄 등등 이렇게 시선이 따듯하다. 발전과 평안을 기도해주는 훈훈한 마음이 가득 담긴 고마운 말이다.

 

우리는 본다. 우리는 눈으로 본다고 생각한다. 본다는 것은 마음의 잠망경이 눈을 통해 내다보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의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사물의 본질을 보아야 한다. 세상의 이치를 보아야 한다. 돌아가는 방향을 보아야 한다. 그렇게 새로운 날들에 대한 내 속의 염원을 보아야 한다.

 

요즘의 내 주변의 겨울은 예년 겨울처럼 눈이 많이 내리진 않았다. 기온이 뚝 떨어져서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불다가도 물이 얼다가도 어느새 푸근한 듯 혹시 봄바람이 아닌가 할 정도의 춘풍을 느끼게 하는 날도 온다. 오늘 회색 모노톤의 앙상하지만 그 자체로 탄탄해보이는 근육질의 나무 끝에 뾰족 나온 연한 초록색 첨탑을 보았다. 바야흐로 겨울은 봄을 보고 있다. 봄이여 오소서. 시간의 봄이 아니라 겨울 다음에 오는 따스한 봄이 오소서.

 

나도 봄을 본다. 봄(春 ) 봄(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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