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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눈에 대한 감각

간천(澗泉) naganchun 2014. 12. 14. 18:22

눈에 대한 감각

 

 

   

눈은 내리기 전에 어느 정도는 예고된다. 느닷없이 맑은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경우는 좀 드물지 않았나 싶다. 눈은 사람들로 하여금 눈에 대한 감각을 감지하게 해주었다. 눈이 지상에 내리는 그 시기를 사람들이 점칠 수 있게 말이다. 솜털같이 가볍고도 빙하처럼 무거운 존재감을 가진 이 신기한 물체에 대한 인간의 감각은 묘한 멜랑꼬리함(melancholy) 을 내포하고 있다.

 

눈이 내리기 전에는 연극이 시작되기 전 암전현상처럼 온통 주위가 조금 조도를 낮춘다.

수묵화를 그릴 때 붓에 먹물을 약간만 묻히고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담도가 그 경우에는 담도가 옅다고 할 것이다. 까맣지 않고 흰색도 아닌 뿌연 안개 같은 회색 말이다.

그렇게 눈이 내려 올 배경을 정비하면 그 다음에는 주변이 조금 적막해지는 느낌이 들게 된다. 이번에는 소리다. 평소의 주변 소리들이 어떠한 스폰지에 흡수되어 버린 듯이 조금은 적막하게 어쩌면 먹먹한 기운이 느껴진다. 귀가 약간 막힌 느낌이 든다.

눈이 이 지상의 무대에 등장할 사전 준비를 마친 것이다.

 

눈은 그렇게 자신의 형체가 분간되어질 만큼의 어둡기에서 내려오기 시작한다. 눈이 내리는 여건이 조성되고 바로 펑펑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하얀 눈꽃송이가 하나 둘, 새의 작은 깃털 하나가 하늘 하늘 지상으로 내려오듯이 그렇게 감질나게 시작된다. 사뿐히 시작된다. 그 순간부터 이미 우리는 눈의 임장감에 압도당한다.

 

그렇게 사뿐 사뿐 서서히 조심 조심 살 살. 내리는 듯 마는 듯하더니 이내 자신의 지상강림을 확고하게 통고한다. 휘날리던 눈발은 곧이어 지상의 착지점을 향하여 수직 낙하한다. 연이어 점점이 흩뿌려지며 내려 앉는다. 그리고 먼저 내린 순서대로 쌓인다. 우리는 그 눈을 보고 밟는다. 둥글게 뭉치며 그 눈 위에서 놀이를 한다.

 

눈이 내리는 모습과 양에 따라 사람들은 말한다. 

 

“눈이 올 것 같아~.”

“눈이다. 눈이 온다.”

“우와~! 눈이다~” .

“하얀 눈이 내려요~!”

“엄청 쏟아지네...”

“이거 많이 쌓이겠는 걸!”

“눈길 위험해지겠다.”

“폭설입니다. 빙판길 조심하십시오!”

“눈 치워야겟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걱정입니다.” .......

 

눈은 情緖(정서)입니다. 기운입니다. 감각이란 말입니다. 눈은 분위기입니다. 눈은 영혼입니다. 눈만큼 사람들에게 감각적인 물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체는 있지만 인간이 다다르지 못하는 차원 높은 그 무엇을 살짝 느끼게 해주는 지상으로 가끔씩 내려와 주는 천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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