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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달력 통째로 보며 살기

간천(澗泉) naganchun 2013. 12. 29. 15:57

 

달력 통째로 보며 살기

 

 

매일 매일 다이어리에 하루의 일과를 기록하거나 처리해야 할 일이나 계획을 기록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매일 무엇을 했는지 혹은 특별한 이벤트나 기억에 남는 일들을 적어두기도 한다. 그림을 그려 넣거나 기호로 표시하거나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그렇게 매일 매일 칸칸이 적어 넣는 일을 하는 것에 치우친 나머지 달력이라는 한 달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는 일을 하지 않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흔히 이야기되는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식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좌충우돌 매일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매일 매일 챙기는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심심해서 한 달이 빼곡이 자리 잡은 달력을 통째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냥 정말 심심해서다. 매일이 즐거운 사람은 그냥 매일 매일에 충실하면 된다. 그러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고 바쁠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불현듯 지루하고 심심하고 왠지 색다른 뭔가가 없었던가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어느 날에는 달력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어느 한 날에 치중하지 않고 골고루 매 날자를 들여다보고 전체를 조망해 보는 것이다. 한 눈에 30일 혹은 31일을 담아보는 것이다. 그랬더니 그 서른 여 칸의 달력에서 놓치고 있던 실마리들을 찾아내게 되었다. 흐름이 보인 것이다. 그 흐름이 무엇인지는 각자 다를 것이다.

 

매일 매일 하루 하루를 멋지게 충실하게 사는 것이 성공의 출발이라고 어느 성공한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매일 매일 그리 살려고 하면 조금씩 지루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그 날이 속해 있는 그 달 전체를 보자. 그러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지만, 이런 것을 더 추가하거나 이쪽 골목으로 가보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작은 힌트들을 얻게 된다.

 

잘 뚫인 길이나 신작로에 관심을 많이 가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탄탄대로로 가야만 할 것 같이 모두 함께 그리로 그리로만 가려고 하는 시기들이 있었다. 지금도 있긴 하지만.

요즘은 ‘골목’이나 ‘샛길’ ‘뒤안길’ 등에 대해 새롭게 즐겨찾기 하는 것이 트렌드다. 이곳 저곳 이면에 자리잡은 골목의 진면목을 찾아 살아가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일괄적인 면모가 아닌 각양각색의 아기자기한 모습과 이야기들이 찾아지는 숨바꼭질 같은 곳들에 대해서 호기심이 일고 있다.

 

달력을 통째로 들여다보고 그 안의 각각의 날들에 대해서 다시 보는 일도 그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그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달력 통째에는 ‘흐름’이 있다. 크게 보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희일비하지 말자. 담담하게 거쳐야 할 곳들은 제대로 거치되 즐겁게 나아가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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