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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새 달력

간천(澗泉) naganchun 2013. 12. 16. 07:37

 

새 달력

 

 

 

 

내년을 기대하는 마음과 준비하는 마음으로 있다. 항상 12월이 되면 내년을 생각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으면서도 연말 분위기와 한 해의 후회 등으로 시간을 훌쩍 넘겨버리기 일쑤였다. 새해맞이의 시작은 물론 '마음 먹기'이지만 '새 달력'이 있어야 한다. 은행에서 나눠주는 달력이 안성맞춤이다. 예전에는 집에 달력이 차고 넘쳐서 나눠주고도 남아 돌았는데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 달력 가뭄이다.

 

은행거래가 많으면 은행에서 '거는 거'랑 '세우는 거' 두 가지를 착착 알아서 챙겨서 주겠지만 입금은 한번, 출금은 수시로 이루어지는 우리네 가계에서는 달력 구하기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만큼 은행 달력 인심이 정말 야박해졌다. 은행 거래와 상관 없이 이웃들도 말한다. 은행이 달력을 숨겨두고 선별해서 준다고 말들을 한다.

 

언젠가는 내가 전혀 거래하지 않는 은행 앞을 지나게 되어서 들러 달력을 구하자니, 거래 통장을 보여 달란다. 거래 실적이 있어야 달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아 그러냐!' 하고 나왔다.

 

한편, 재래시장에 갔었다. 그 시장의 한 가운데 호떡집이 있었는데 그 앞에서 그 지역 중소규모 병원에서 나왔다며 젊은 직원 4명이서 달력을 가져가라고 외치면서 박스채 쌓은 달력을 돌돌 말아서 마구 마구 나눠주고 있었다. 호떡집 사장은 이미 다서 여섯개를 챙겨서 호떡 만드는 탁자 한쪽에 두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던 나에게 호떡집 주인이 "시골에 가져다 주려구요. 시골은 달력이 귀하거든요!"라고 한다.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내가 그 달력이 탐나는 것으로 보였는가 보다. 듣자하니 그 병원이 호황이어서 큰 건물을 짓고 신장개업을 하게 되어서 지역 주민을 대상에게 고맙다는 인사 및 홍보차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훈훈한 광경이다.

 

탁상용 달력이 좀 필요해서 은행에 가서 '달력 하나 구할 수 있을까요?'하고 공손하게 물으니 청원경찰이 "거는 건 다 나갔습니다. 탁상용 하나 드리지요'한다. 그거 하나 받고 왔다.

나 참.

 

어찌 어찌 '새 달력'을 확보하고 필요한 곳에 붙인다. 내년도 잡힌 스케줄을 적어 놓는다.

그런데 일요일로부터 한 주가 시작되게 그려져 있는 달력이 있고, 일요일이 한 주의 맨 마지막에 그려져 있는 달력이 있다. 우리는 일요일이 맨 처음에 있는 '일월화수목금토'로 칸이 정리된 달력을 선호하고 그런 양식으로 이미 습관이 굳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받아 온 달력은 월요일부터 시작해서 일요일이 맨 마지막이다. 그것을 모르고 월요일 공간을 일요일로 착각하고 스케쥴을 적어놓으니 작은 착오가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 다시 새 달력을 구해와야 한다. 탁상용말이다. 왠지 새 달력은 꼭 어디선가 구해서 가져와야 할 것만 같다. 돈을 주고 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한다.

 

탁상용 달력은 칸칸이 스케쥴이나 메모를 할 수 있다. 한 눈에 보기 좋게 일정을 확인하는 역할을 해주고 한 눈에 한 달이 들어오니 계획 세우기도 좋다. 그래서 탁상용을 구해 와서 내년도 준비를 잘 하려고 한다. 벅찬 기분이 들 것이다. 새 해가 부지런히 오고 있다. 기쁘게 반갑게 고맙게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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