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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셔터를 누르듯이

간천(澗泉) naganchun 2013. 12. 1. 16:56

 

셔터를 누르듯이

 

 

가끔은 세상일이 셔터를 누르듯이 성취되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디카' 셔터를 누르면 풍광들이 내 것이 된다. 사람들의 표정도 하나 둘 담긴다. 알라딘의 요술램프는 '지니'하고 부르면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이 나온다. 그 작은 램프 안에서 거대한 요정이 안개처럼 피어올라 소원을 이루어주고는 다시 '쏙' 그 안으로 사라진다.

 

그와는 반대로 디카의 셔터를 누르는 일은 세상의 것들이 디카 안으로 수습되어진다. 이것이야말로 매직이다. 요술이 따로 없다. 내가 셔터를 누르면 일단은 내 것이 된다. 내가 찍은 사진은 저작권에 위배되지도 않고 사용해도 되고.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디지털카메라로 찍는 것을 좋아한다. 스마트폰의 기능은 우선 전화 통신의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진 찍다가 전화가 오거나 하면 기능을 교체하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하게 전화로서만 사용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나이를 들었다는 증거라고 하지만 어느 세대이든 간에 그건 각 사람마다의 취향이라고 본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취향 말이다.

 

디카로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든다. 셔터를 누르면 내 것이 된다. 돈이 크게 들지 않는다. 전기를 충전하기 위해서 전기료가 들기도 하지만 사진을 인화하지 않는 한 부가적인 비용은 들지 않는다. 부담없이 세상의 사물와 이치 감정을 담는다. 저장된 공간이 꽉 차면 외장하드로 옮기고 다시 채운다. 물론 아무런 미련없이 비울수도 있다. 그런데 그 시각 그 시점 그 공간의 정경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기에 그냥 담아둔다.

 

셔터를 누르듯이 쉽지 만은 않은 세상사.

머리가 복잡하다고 느껴질 때면 그냥 셔터를 누르듯이 편안하게 생각해본다. 욕심이 나면 셔터를 누른다. 실체가 되지 않더라도 그림으로 남는다. 그렇게 보다가 욕심을 접는다. 그렇게 욕심이 사그라들다 보면 교만도 조금씩 그 자취를 감춘다. 셔터를 누르듯이 모든 것을 쉽게 갖겠다는 생각도 사라진다.

 

셔터를 누르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일단 선택되어진 그것은 나의 책임 안으로 들어와서 잘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진다. 그러다가 꽉 차서 갑갑해지면 또 비우게 된다. 정리정돈이 된다. 매일 매일 셔터를 누르고 비우고 다시 누르고 비우고... 그 과정의 반복 속에 진짜 알짜배기들만 각인된다. 진짜로 내게 허락된 욕심(?)을 찾아가는, 시행착오를 무진장 거듭하는 여정같다.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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