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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억새와 바람의 이중주

간천(澗泉) naganchun 2013. 11. 24. 16:22

억새와 바람의 이중주

 

 

도심에서 길을 가다 보면, 대형전자제품 판매장 앞이나 주유소 혹은 새로 개업을 한 마트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새 같은 몸부림을 하는 물건이 있다. 바로 '바보트'다. 공기를 불어넣어 시종일관 움직이게 하는 풍선인형이다. 사람보다 크고 계속 몸을 흔들어대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여 이벤트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판촉도우미인 셈이다.

 

그 흐느적 거리면서 몸을 흔드는 '바보트'를 한라산 중턱에서 만났다.

억새다. 억새들이 바람에 일제히 움직인다. 바보트의 바람은 전기에 의해 방출되는 바람이지만

억새를 움직이게 하는 이 바람은 순 자연산이다. (아래 영상 ; 한라산 중턱에 있는 억새)

 

가을 공기는 머리를 맑게 한다.

 

갈대와 자주 헷갈리곤 하는 억새는 그 자생하는 지역으로 구분하면 쉽다. 억새는 산이나 뭍에서 자란다. 산에 있는 것은 무조건 억새.

갈대는 산에서 자라지 못한다. 갈대는 습지나 물가에서 자란다.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도 있으나 산에 자라는 갈대는 없다.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마음 속 풍경을 언어로 상징적으로 담는 인디언들. 그들은 11월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물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크리크족),

산책하기에 알맞은 달(체로키족),

강물이 어는 달(히다차족),

만물을 거두어 들이는 달(테와푸에블로족),

기러기 날아가는 달(키오와족),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아라파호족)  이라고 한단다.

그윽한 표현이라고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진다.

 

11월말,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연신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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