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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하나씩 하자

간천(澗泉) naganchun 2014. 1. 5. 17:54

 

하나씩 하자

 

 

 

 

   그동안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잘 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던 것 같다.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쇄뇌되어 왔던 것 같다. 방송을 보면서 손으로 뭔가를 한다거나 누구랑 이야기를 하다가도 다른 뭔가가 생각이 나서 그 생각으로 온통 몰입해버려서 경청을 못한다거나 하나 제대로 끝내지도 못하고 다른 것에 발을 디뎌놓고 하나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식이었다. 이것도 잘 해야 하고 저것도 잘 해내야 하는 일상이었다. 욕심이다.

 

   자투리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해서 하루의 일과표를 빽빽하게 정해서는 한 일을 하나씩 줄로 그어나가는 일과를 지냈다. 다음엔 뭘해야 하지, 이거 해야 하는데 저거 해야 하는데 그런 식이었다. 하지 못한 일이 있으면 안달이 나고 왠지 하루를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아서 찜찜해지고 그랬다. 그래서 큰 목표는 두려워서 해내지 못할까봐서 불안해서 아예 포기하고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된다. 그냥저냥 고만고만한 일들로만 일정을 짜나가는 식이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아주 작은 일들을 잘 해내야 큰 일도 해낼 수 있으니까.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 그 목록만으로 질식할 지경이고 그래서 더더욱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동동걸음 했었던 것 같다.

 

  이젠, 올해는 딱 하나만 하기로 했다. 욕심 부리지 않기로 했다. 단 하나를 정해서 그것에만 몰두하고 집중해서 열과 성을 다하기로 했다. 물론 부수적으로 해내야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은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예를들어서 내가 글을 쓴다면 다른 일 만사 제쳐두고 그 글을 쓰는 일에는 최소한 4시간 이상은 집중해서 하기로 했다. 꼭 그것만을 위해서 나를 바치는 그런 식의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고 정했다. 꾸준히 하나만 하는 것다.

 

   옛날에 어떤 어린 동자승이 있었다. 이 동자승을 A동자승이라 하자. 주지스님이 이 동자승과 그의 동료 동자승(B동자승)을 나란히 앉혀서는 과제를 냈다. 찰밥을 지어서 똑같은 분량을 각각 주고 그것으로 맛나고 고운 인절미를 만들어내라고 했다. B동자승이 먼저 다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자기 경쟁자인 A동자승을 보면서 “힝! 그렇게 한톨 한 톨 으깨다가는 어느세월에 다 만드냐!” 하면서 흉을 보았다. A동자승은 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묵묵히 꾸준히 인절미를 만들고 있었다. 주지스님이 다 만들어진 인절미를 검사했다. B동자승이 만든 인절미는 쌀 알이 다 으깨지지 않고 씹히는 맛이 있기는 하나 떡이라기 보다는 밥을 뭉쳐놓은 느낌이었다. 이내 다 완성했다고 말하는 A동자승의 인절미를 살펴보니 쌀 한 알 한 알을 정성껏 손으로 으깨서 고운 인절미를 만들어냈다.

 

   위의 예로 볼때 순간은 고지식해보이지만 지루하지만 정성으로 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A동자승이 참으로 지혜롭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리 서두를 필요가 없다. 결과물을 잘 내려면 과정은 절대 무시할 수 없으므로 하나씩만 그저 하나씩에만 마음을 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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